‘쯔쯔가무시병’ 등 가을철 발열 질환 유행, 긴 옷 착용·개인위생 잊지 말아야

2015-09-10 11:16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사례] 부산 영도구에 살고 있는 박모씨(48)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다녀왔다가 몇 주간 병원신세를 졌던 생각에 올해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씨는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추석 무심코 짧은 옷을 입고 벌초에 나섰고 풀숲 그늘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일주일 후부터 열이 나고 두통과 근육통이 있어 가벼운 감기라 생각하고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구토와 설사까지 동반되면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박씨는 쯔쯔가무시병으로 몇 주간 입원 치료를 해야만 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추석을 앞둔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벌초를 나선 차들로 정체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9월부터 10월까지 유난히 짧아진 가을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야외활동을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을은 벌초나 야외활동 중 진드기와 각종 세균 때문에 감염성 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앞서 박씨의 경우도 벌초 중 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것으로 해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가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의 질환에 대해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들판이나 풀숲에 살고 있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감염된다. [사진=영도병원]


◆ 쯔쯔가무시병

쯔쯔가무시병의 경우 2003년 1415명에서 2011년 5151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 또한 매년 100∼300명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들판이나 풀숲에 살고 있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감염된다. 주로 팔이나 다리, 목 등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 물리는데 감염자 대부분이 물린 자리에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까지는 약 1∼3주가 걸리며 보통 10∼12일의 잠복기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열이 오르고 땀이 심하게 나며 두통, 피로감, 근육통 등이 있다. 구토, 설사 등 위장관련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 예방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할 경우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등을 입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부나 옷에 진드기 방충제 등을 발라주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야외활동 중에는 풀숲 위에서 옷을 벗거나 눕지 말고 외출 후에는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하고 손발을 깨끗이 씻도록 한다.

◆ 유행성출혈열

신증후군출혈열이라고도 하는 유행성출혈열은 한탄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푸우말라바이러스 등이 원인균이다.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이나 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나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증상은 독감과 유사하다. 고열과 두통,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며 감염 후 3∼5일이 지나면 얼굴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쇼크 증상이나 단백뇨, 빈뇨,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출혈은 각종 장기에 일어날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유행성출혈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생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들쥐의 분변이나 오줌이 배설 된 풀숲에서 휴식이나 야영을 피하고 배설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군인이나 농부 등은 미리 예방백신을 접종해 면역력을 키워두는 것이 좋다.

◆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이나 야생 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되며 그로 인해 오염된 강물, 지하수, 흙과 접촉해도 감염이 된다. 감염 후 7∼12일정도의 잠복기가 있으며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 심한 근육통, 충혈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심할 경우 급성 신부전증, 전신의 출혈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이며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발생하면 10명 중 3명은 사망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렙토스피라증은 살짝 긁히는 정도만으로도 감염이 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야외활동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긴 옷이나 토시 등을 착용해 상처가 나는 것을 예방하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부득이 감염된 물질을 다뤄야 할 때는 고무장갑이나 앞치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영도병원 내과 김종한 부원장은 "가을철 발열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풀숲 출입을 삼가는 것이 좋고 불가피한 야외활동 시에는 긴 옷과 바지를 입어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외출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옷은 깨끗이 세탁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며 "야외활동 후 고열을 동반한 증상이 있으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 영도병원 내과 김종한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