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은’에서 ‘리튬’의 나라로 바뀐 아르헨티나

2015-09-10 08:00

추종연 주아르헨티나대사 [사진=외교부 제공]

아르헨티나 북서쪽 끝 후후이 시에서 아침 일찍이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안데스 산맥 방향으로 260Km를 달려 까우챠리(Cauchari) 염호(塩湖) 언저리에 설치된 포스코의 리튬생산 파일럿 플랜트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고갯길로 염호에 이르는 4시간 동안 안데스 고지대 산맥의 현란한 황토색깔과 비꾸냐, 알파카, 야마 등 고지대 야생동물에 마음을 빼앗겨 몰랐으나 해발 4000 미터가 넘는 염호에 다다르자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산소부족에 따른 고지증세였다. 그런데 그 곳에서 33명의 포스코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직원들이 몇 개월씩 일해 왔다는 것을 알고 아픈 내색을 못했다.

억지로 참다가 파일럿 플랜트 준공행사를 마치자마자 고지대를 내려왔다. 오면서 직원들 일부는 고지적응 약을 상복한다고 들었다.

안데스 산맥 고지 외진 곳에서 모래바람을 맞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도전과 희생의 모습이 보였다.

안데스 산맥은 평균 4,000m의 고도에 7,000Km에 이르는 남아메리카 등줄기로 신생대 시기에 바다가 융기해 형성됐다.

지각변동 당시 볼리비아, 칠레 및 아르헨티나 3국 국경 안데스 산맥 중심부 평원에 바닷물도 함께 들려졌으며 염분이 농축되어 염호가 형성됐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 염호에서 생산된 소금을 먹는다. 염호 표면에 생성된 암석소금층(capa madre) 위에 비가 내려 고였다가 증발되면 소금가루가 형성되고 이를 불도저로 밀어 모으면 된다.

이렇게 생산된 소금에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 우리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사가기도 한다.

그 암석소금층 밑에 고여 있는 염호소금물(salmueras)에 리튬이 녹아 있으며 1리터에서 1그램이 추출된다고 한다.

리튬 1톤 생산에 1백만 리터 염호소금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생산된 탄산리튬은 현재 국제시장에서는 톤당 5,000-6,500불 선에서 거래된다.

5Kg의 정제된 리튬이 들어간 전기자동차 밧데리 가격은 20,000-25,000불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리튬을 ‘백색황금’이라고도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가볍다는 이 금속은 비행기 합금원료나 핵융합 원료물질로도 쓰인다고 하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가 묻혀있다는 이 남미 3개국 국경지역을 리튬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1/10 넓이의 우유니 염호에 500만톤 리튬 매장량을 보유한 볼리비아는 자원민족주의가 강해 외국기업 진입이 매우 어렵다.

250만톤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칠레도 국가리튬위원회를 통해 리튬 조사, 개발, 생산 과정을 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 두 나라에 들어갔던 우리 리튬개발 기업들이 일단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리튬개발을 장려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후후이 주정부는 리튬연구소를 설립해 리튬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2개 염호에서 연간 2,900톤의 리튬을 생산하며 호주, 칠레, 중국에 이어 세계4위 생산국이다.

매장량은 100만톤 정도로 추산된다. 3개 염호에서는 파일럿 플랜트가 가동중이거나 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다. 금년 말 들어서는 차기 정부에서는 급속한 생산량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의 유수기업들이 아르헨티나 염호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해 말 상업생산을 시작한 올라로스 염호 프로젝트에 일본 도요타가 25% 지분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인 포스코도 캐나다 리튬아메리카(LAC)와 협력해 지난해 말 까우챠리 염호에 파일럿 플랜트를 설립했다.

아르헨티나 국명은 ‘은’을 의미하는 아르헨툼(argentum)에서 비롯되었고 아르헨티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 ‘라 쁠라따(La Plata)’도 스페인어로 ‘은’ 또는 ‘은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스페인 식민지 시절 볼리비아에서 채굴된 은이 라 쁠라따 강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고 한다. 식민지 시절 은의 나라 였던 아르헨티나가 지금 백색황금의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