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트릴레마' 빠진 중국...외환보유액 급감 '경고음'
2015-09-08 14:52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달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한 중국이 매서운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방어 조치에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감춰져있던 중국의 트릴레마(trillemma·3중 딜레마) 국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 안정, 자유로운 자본이동의 세 가지 정책이 충돌하는 '트릴레마' 국면에 처해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독자적 통화정책과 자유로운 자본이동, 환율 안정의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려 하나, 환율 통제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통화완화정책과 자본계정 자유화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어 어느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중국으로 대거 유입됐던 글로벌 자금들은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지난달 당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 등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최근 당국이 위안화 절하 압력을 해소하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등으로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는 지난 수 주간 더욱 빨라졌다.
이같은 환율통제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간 교차 거래) 실시 등으로 추구해온 자본이동의 자유화 움직임과도 충돌할 수 있다. 또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이후 역내외 위안화 환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와 증시 불안으로 자본 유출 속도는 빨라지고 위안화 가치도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또 다시 환율 방어로 나서게 되면 외화 보유액은 감소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FT는 이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방어를 포기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위안화의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 쇼크를 더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