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정승 "달아오른 한·중관계…냉정한 시각 잃지 말아야 더욱 발전"

2015-09-06 23:59
신정승 한중미래연구원장 인터뷰

지난 4일 오후, 신정승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소장(전 주중대사·현 한중미래연구원 원장)은 "국가 관계가 시기에 따라 좋은 모습이었다가도 얼어붙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한·중 간 잠재현안 등을 감안해 중국을 들여다 보는 데 냉정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신정승 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7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하면서 한·중관계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럴때 일수록 한중간 잠재 현안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한·중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측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한 예우'를 받았다고 국내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던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코리아나호텔 2층 커피숍에서 신정승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소장을 만났다.

전 주중대사이자 한·중 수교 23주년인 지난달 24일 개설한 한중미래연구원의 초대원장을 맡은 그는 늦여름 날씨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한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는 반갑지만 시급하고 지나친 긍정 평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신 소장은 "국가 관계가 시기에 따라 좋은 모습이었다가도 얼어붙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한중 간 잠재현안등을 감안해 중국을 들여다 보는 냉정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의 참가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있었던 것에 관련해 실질적으로 한중 관계는 박 대통령의 참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신 소장의 진단이었다. 신 소장은 중국이 지향하는 큰 중국이라는 흐름속에 우리나라가 그 흐름을 어떻게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1990년 처음 외교부에서 중국과장을 맡아 일본 도쿄로 갔을 때의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수교를 하ㅣㄱ 전이어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이미 1972년에 수교를 한 일본을 통해 중국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신 소장은 당시 중국을 담당하던 일본 외교부 과장이 알려준 2가지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한다며, 그 기억으로 인해  중국이라는 나라는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이 과장은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며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접근이 모호했음을 전했다.

신 소장에 "이 일본 외교부 과장은 또 '중국은 너무 크고 지방마다 복잡한 역사 문제가 있어서 하나로 통일해 나가기 어려운 나라로, 중국의 장래에 대해 썩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신 소장은 "일본 외교부 과장이 언급한 첫번째 내용은 지금도 공감하고 있지만 당시 일본 정부 내 중국전문가라고 할 수 있던 그 사람 역시 중국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웠을 만큼,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의 지향하는 흐름속에서 우리의 이용가치를 키워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역시 꼭 필요한 부분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이 가까워 질수록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국이라는 중궈멍(中國夢)은 중국이 지향하는 국가목표로 '일대일로나 법치주의 강조, 개혁의 심화'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제사회가 중국을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오인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중국의 부흥을 일궈가기 위한 '꿈'이다.

'중궈멍'이 강조될수록 지정학적으로나 안보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대하는 자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얼어붙은 북중 관계와 호기(好期)를 맞은 한·중 관계가 자꾸 비교되는 것에 대해 신 소장은 "북중 관계는 이미 혈맹이 아니며 하지만 언제든 호기를 탈 수 있는 관계"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200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장쩌민 전 중국주석이 만난 후 장 주석이 북중 관계를 '전통적 우호관계'로 정의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신 소장은 "현 북중관계는 당대당 관계보다는 국가 대 국가 간 형식의 관계로 변화 돼 중국에서도 북한 문제를 대외연락부(당)보다 외교부(국가)에서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면에서 함께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김정은의 방중이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북중 관계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관계를 정의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전승절 기념 행사를 끝으로 국내 언론에서는 러시아와 한국을 비교, 중·러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비교하고 있다.

신 소장은 "사실 말이 갖는 의미는 참 어렵다"며 "지난해 한중 간에도 러시아와 같이 '전면적'이라는 용어를 붙이려고 했다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 처럼 미국을 의식해 그렇다기 보다 만약 '전면적' 단어를 중국과의 관계에 붙일 경우, 우리가 한미 동맹 하에 있으면서 중국과 전면적이고 전략적 관계를 어떤 형식으로 맺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장관급 전략 대화를 열기 위한 한중간 논의가 돼 오고 있었고 단어 하나 더 붙이는 것보다 사실상 가까운 양국관계를 내실화 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신 소장은 전승절 행사를 통한 중국의 의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진핑 주석이 각국 정상들을 맞이 할 때와 군사퍼레이드 관람차 톈안문 성루로 올라가며 밟았던 붉은 카펫의 동선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마치 과거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들을 맞는 황제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소장은 "이번에 중국이 전승절 기념행사를 하면서 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췄다.

그는 과거 2008년 8월8일 베이징 올림픽 때를 언급하며 "당시 올림픽 개막식 현장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거의 모든 나라 정상들이 참석했다.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위한 테이블 자리 9개에는 냉방기를 준비했지만 외국 정상들에게는 일반인들과 같은 좌석과 냉방기는 커녕 부채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이해가 불가능한  '중국식 의전'의 악몽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신 소장이 주중 한국대사로 부임해 인민대회당에서 신임장 제정을 할 때도 긴 붉은 카펫을 밟아 오랜시간 걸어나오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었다고 토로했다. 

신 소장은 "의전도 중국 전통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 사신 DNA의 영향인지, 중국 의전이 아직 세련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국 정상들에게는 불편함을 느끼기 충분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긍정적 측면도 많겠지만 양국 국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심도 많다"고 지적한 뒤 "그것은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그때 그때의 호(好)평가도 필요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과대포장해서는 안된다"며 말을 맺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신정승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소장(64)은 관료 중국전문가다.

신 소장은 중국 담당 동북아2과장과 일본대사관 참사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과 국장, 주중공사를 지내는 등 일본과 중국 관련 주요 보직을 거쳤다.

뉴질랜드 대사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주중대사로 복귀해 중국 대사를 역임했다.

그 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을 지내면서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소장과 한중수교 23주년이었던 지난달 24일 설립한 한중미래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신 소장은 한·중 수교를 한1992년 주무과장으로 실무를 총괄했고 비밀스럽고 복잡한 교섭을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