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정조준… 권오준 한시름 놓나

2015-09-03 16:28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검찰 소환은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스코 비리 수사를 본격화한 지 약 6개월 만이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검찰이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준양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가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간 전 경영진 비리로 골치를 썩어왔던 권오준 회장이 이번 소환으로 정준양 지우기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 전 회장이 이번 조사에서 어떤 사실을 털어놓느냐에 따라 사태가 확대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준양 전 회장이 3일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정 전 회장은 배임 등 혐의를 묻는 질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대상으로, 당시 적자 상태였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지분을 시세보다 40% 이상 비싸게 매입한 이유와 동양종합건설에 약 2400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점 등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이번 정 회장의 소환조사를 받게 되면서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은 정준양 지우기에 더욱 몰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환조사는 이전 경영진의 만들어 놓은 꼬리표를 자르기 위한 가장 최선의 타이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워크아웃 추진과 함께 정 전 회장이 인수한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즉 이번 정 전 회장의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매각 또는 워크아웃에 대한 명분이 더욱 확고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이 검찰조사에서 비리혐의를 인정할 경우, 권오준 회장의 내부 입지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권오준 회장은 비공채 출신으로 내부에 반발세력이 존재해 왔는데, 이번 기회로 권 회장에게 힘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그간 수사로 인해 탄력을 잃었던 쇄신안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들 역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권오준 회장은 그간 미뤄왔던 해외 현장방문도 전격 재개할 것으로 보여 '권오준식 포스코 만들기'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정 회장의 소환조사로 비리 수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정 전 회장을 통해 그동안 포스코의 내부 비리를 면밀하게 뜯어볼 것”이라며 “정 전 회장이 그간의 비리내역을 다 말하진 않겠지만, 영포라인과 청와대 입김 등을 풀어낼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권 회장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내부 추스르기”라면서 “이는 권오준 회장의 정책에 대해 회사내에서 대항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 회장의 소환조사로 이득이 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