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 정준양 전 회장 피의자 신분 검찰 소환…"심려 끼쳐 죄송"

2015-09-03 13:49
수사 본격화 6개월 만에 출석…협력사 비자금 정황, 막판 변수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검찰 소환은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스코 비리 수사를 본격화한 지 약 6개월 만이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3월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본격화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회장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오전 9시5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정 전 회장은 "포스코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 이해관계자 여러분, 가족 여러분께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 등 각종 의혹 사안에 관한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그의 재임 기간인 2009년부터 지난해 사이 포스코그룹에서 빚어진 각종 비리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포스코그룹이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인수하는 데 정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성진지오텍 인수는 대표적인 부실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의 배(倍)에 가까운 주당 1만6331원에 사들였다. 당시 성진지오텍 최대주주인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은 정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이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미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3000억원 규모의 인도 생산시설 조성 공사를 몰아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포스코 측 임원으로부터 확보했다.

2010년 시작한 이 공사는 인도에 아연도급강판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당시 정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포스코건설 임원들의 반대 속에 동양종합건설은 850억원대의 토목 공사만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코 거래 업체인 코스틸에 정 전 회장의 인척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코스틸은 슬래브 등 철강 중간재를 포스코와 거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정 전 회장의 소환 조사를 통해 반년 가량 이어진 포스코 비리 수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착수 당시에는 전(前) 정권의 실세와 관련한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되고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전 회장의 구속영장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등 수사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달 1일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시공·정비하는 협력사인 티엠테크를 압수수색했다. 이 업체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박모씨는 이상득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티엠테크 사건 수사에서 단서가 확보되는대로 정 전 회장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조사할 내용이 많아서 재소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과 포스코 수사의 종료 시점은 티엠테크 사건의 처리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