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빨간불'…메르스 넘겼더니 '9월 위기설' 엄습
2015-09-04 08:49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중국의 경기둔화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짐에 따라 우려를 더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까지 내리고 재정 당국이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정 조기집행 등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5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75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해 0.1% 줄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더 암울하다. 8월 수출액은 39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 줄었다.
월간 수출액 감소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은 올 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8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저물가의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전망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9개월 연속 0%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미만이면 저물가 상황을 의미하며, 0%를 밑돌면 사전적 의미에서 디플레이션으로 간주한다.
일단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 기업 매출, 자산 가격 등 경제 전체가 위축되기 때문에 침체된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또한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광공업 생산과 제조업 생산 역시 올해 들어 갈지자 횡보를 보이다가 7월 기준으로 각각 전월대비 0.5%, 0.4% 감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 경제상황은 가계와 기업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간신히 떠받치는 모양이나 그마저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며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 회복이 쉽지 않고 반등의 재료도 없어 하반기에도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에서 탈피하려면 개인과 기업이 각각 소비와 투자를 더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개혁 등의 조치와 함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