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손광섭 라온레저개발 총괄사장
2015-08-27 08:44
“골퍼들이 즐거워하면 사업도 덩달아 번창하지요”
지난달 총괄사장 임명돼 ‘펀 경영’ 펼쳐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으로 제2 도약할터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이벤트 하고싶어
세금·골프 비용 낮춰 골프인식 바꿔야
제주골프장 중국 마케팅은 선택아닌 필수
그 가운데 제주 골프장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좁은 지역에 약 30개 골프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에도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어디에든 틈새시장은 있게 마련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전략으로 ‘제주 골프장’의 경쟁력을 높인 곳이 라온레저개발에서 운영하는 라온골프장(27홀·제주시 한경면)이다. 이 골프장은 최근 창업자 손천수 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 아들인 손광섭씨(38)가 총괄사장으로 부임해 주목받는다.
이달초 라온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라온레저개발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부터 물었다.
“우리는 27홀 규모의 골프장 외에도 골프텔, 호텔&리조트, 더마파크, 목장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있습니다. 우리 업장을 찾은 고객들이 즐거움을 가득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사업은 자동적으로 번창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온’이 순수 우리말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즐거운’이라는 뜻이다. 사명(社名)에 걸맞게, ‘펀(fun) 경영’을 하겠다는 목표다.
그의 아버지는 2004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를 초청해 라온골프장에서 스킨스게임을 열었다. 또 제주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프라이빗 타운을 건설, 중국인과 내국인들에게 성공적으로 분양하는 등 괄목할만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다. 사업체를 이어받은 그로서는 ‘아버지의 그늘’이 부담이 될 법하다. 아버지를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의 명맥은 유지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듯하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은 나중 일입니다. 그래도 제 나름대로 목표는 있습니다. 협재 해수욕장과 비양도를 잇는 케이블카 사업을 완수하려고 합니다. 길이가 약 2㎞인 사업입니다. 인근 주민을 설득하고 관련 지자체에도 사업 타당성을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비양도 케이블카를 완공하는 날, 라온레저개발은 제주를 대표하는 레저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라온골프장은 제주도내 골프장 가운데 기후변화가 가장 적은 곳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중산간 지역의 다른 골프장에서는 강풍이나 폭설로 라운드를 하지 못하는 날에도 라온골프장에서는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 이점을 살려 ‘머니백 개런티’라는 제도를 개장초기에 도입했다. 육지 골퍼가 라온골프장에 예약을 하고 왔는데 악천후로 라운드를 하지 못할 경우 항공료·숙박비 등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그런 독특한 제도 때문에 라온골프장이 더 이름을 날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내 회원제 골프장에 또다른 위기감이 돌고 있다. 지금까지 그린피에서 면제했던 특별소비세(2만1120원)가 내년에 부활돼 다시 골퍼들에게 부과될 상황에 처했다. 자연히 그린피가 올라가고, 골프장 경영수지는 악화될 것이 뻔하다.
손 사장은 이같은 비상 상황에 대해 “그래서 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특소세가 안붙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민감한 사안이지만 라온도 그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회원들의 동의가 선결과제다. 100%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입회금을 모두 돌려줘야 하므로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라온골프장은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제 막 골프장 경영자가 된 그에게 ‘골프장을 경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고 물었다. “중요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죠. 그러나 골퍼가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플레이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따졌을 때 뭐니뭐니해도 코스 관리가 첫째가 아닐까요?”
제주도 골프장 가운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라온골프장이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한 무리의 골퍼들이 시끌벅적해 고개를 돌려보니 중국인들이었다. 총 934실인 라온 프라이빗 타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중국인들에게 분양했으니 그럴만하다.
“중국인들은 아직까지는 골프 그 자체보다는 제주도의 풍물이나 환경·문화·음식 등을 겪어보려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인들의 라운드를 보면 예상외로 규칙을 잘 지킵니다. 스코어도 빠짐없이 제대로 적은 결과여서 그런지, 130타를 치는 사람도 봤어요. 어쨌든 중국인과 제주도는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일의대수’(一衣帶水:가까운 이웃)라고 할까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지난 6,7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들이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탓에 버스기사·전문식당·숙소 등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소나 관계자들이 큰 손해를 봤습니다. 제주도의 대 중국마케팅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손 사장은 그러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듯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인들이 사들인 제주도 땅은 전체의 1% 수준인데다 제주도에서도 중국인들의 투자를 선별해서 받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즈가 라온골프장에 왔다간지도 10년이 넘었다. ‘우즈 마케팅’의 효과도 희석돼가는 상황이다. 경영자도 바뀌었으니 제2의 도약을 위한 이벤트가 필요할 듯하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GC에서 하는 그린컨서트처럼 지역민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싶어요. 또 라온골프장의 이미지와 걸맞은 골프대회 개최도 검토중이고요.” 그는 “우즈 때문에 라온의 이름이 알려진 바가 크기 때문에 그가 또한번 라온골프장을 방문하면 라온레저개발이 벌여놓은 모든 사업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국골프는 경기력 면에서는 세계 정상에 도달했지만, 골프에 대한 인식이나 골프문화는 아직 후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말만 골프대중화를 외칠 뿐, 실제로 골프를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이 골프장에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손 사장은 “한국골프가 한 단계 발전하는데 장애물은 일부의 골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그런 인식부터 고쳐 ‘골프는 좋은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심을 필요가 있다. 물론 스포츠 활동에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내려 그린피를 낮추는 것도 급선무다.”고 지적했다.
골프 비용을 낮추는 일에는 골퍼나 정부 당국자 뿐 아니라 골프장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당장 ‘노 캐디제’를 하고 전동골프카트 대신 수동카트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골프장에서 팀당 12만원인 캐디와 8만원선인 골프카트를 의무적으로 붙이고 있다.
“캐디와 골프카트를 없애는 것은 가능합니다. 지금도 제주도내 일부 골프장에서는 캐디없이 골퍼들끼리 라운드하게 하고 수동카트를 끌게 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부 회원들에 한해 ‘노 캐디제’를 하고 있지요. 그런 추세를 점점 확산될 것으로 봅니다.”
◆손광섭 사장은
손 사장은 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가 경영하는 라온건설 서울 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년 정도 근무한 후 제주도로 내려와 대리에서부터 과장-부장-전무를 거쳐 지난 7월1일자로 사장에 올랐다.
골프와 리조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사장이지만 골프 기량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구력 10년에 핸디캡은 9,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20m, 생애 최소타는 73타다. 평범한 ‘싱글 핸디캐퍼’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홀인원은커녕 이글도 아직 안해봤다.
기량은 평범하지만 라운드할 때에는 매너와 에티켓을 중시한다. ‘작은 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즐기기 위해 골프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골프가 안될 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 아니고, 연습을 더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강남300 골드 남부 떼제베 블루원용인 아난티클럽서울 유성 크리스탈카운티CC 등은 골프장 사업으로 성공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세가 CEO에 오른 대표적 골프장이다. 손 사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에게 ‘청출어람’이라는 평가가 뒤따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