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피스’ 홍원찬 감독 “인턴 2번만 하면 ‘신불자’가 되는 게 현실”
2015-08-26 16:24
지난 6월 대한민국의 청년실업률은 10.2%다. 10명 중 1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데, 9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했을까? 대기업들, 이른바 재벌기업들은 정부의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 발 맞춰 대규모의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턴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며 대기업 직접 채용이 아닌 협력사에 일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최저 임금을 받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3개월, 혹은 5~6개월 인턴 후 정직원 채용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안하다. 서울 거주자라면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다면 생활비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에 대학 등록금까지 대출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셈이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홍원찬 감독을 만나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감독은 실제로 모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사 인턴들을 인터뷰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홍원찬 감독도 고용불안에 휩싸인 적이 있다. 영화감독이란 직업은 기본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장편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홍 감독 역시 불안했다.
“저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기업처럼 상하관계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식의 어려움은 있었죠. 영화 관련 전공에 영상대학원도 나왔는데 그렇다고 취직을 할 곳도 마땅치 않았으니까요. 졸업한다고 바로 작품을 할 수는 없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아침에 눈을 뜨는게 싫었을 정도였어요. 혼자 카페에 앉아 되지도 않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곤 했는데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그러다 우연찮게 제가 대학 때 만들었던 작품이 영화제에 출품이 되면서 여러 감독님들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작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가 쓴 시나리오에 이야기가 있다고요. 같이 각본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어서 그렇게 시나리오 작가부터 시작을 하게 됐죠. 그렇게 나홍찬 감독님의 ‘추격자’의 각색을 했고 이후 ‘작전’(감독 이호재)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다시 나 감독님의 ‘황해’ 그리고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도 각색했죠. 속으로는 ‘그래도 이쪽 업계에서 일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벌 수 있으니 생활은 가능했으니까요. 연출에 대한 꿈을 꾸면서 불안함은 조금 해소가 됐어요.”
홍 감독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못’했을 경우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면서 “외국처럼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게 사회가 해줘야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문제는 자살율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인턴인 미례도 피해자이지만 선임들 역시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죠. 과장, 대리들은 부장한테 당하고, 부장은 더 윗선에 당하니까요. 다들 살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들이죠. 선악의 구분이 분명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도 일반 직장인과 별로 다르지 않게 그렸어요. 일만 잘한다고 모든 게 잘되는 게 아닌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도 IMF 전 세대는 일할 마음만 있으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