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안전하게 쉬어가는 고속도로의 '오아시스'
2015-08-24 15:15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물류 전체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동서양 교류의 주요 경로였던 실크로드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를 이동하다가 만나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런데 반가운 오아시스와 같은 휴게소가 최근까지는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로 인해 휴게소를 오가는 이용객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심각한 사고도 종종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 연휴기간의 일이다. 호남선 곡성휴게소에서 휴식 중이던 보행자들이 차에 치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휴게소로 진입하던 차량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일가족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지난해 8월 제2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서도 과속으로 인해 화물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 같은 교통사고가 총 224건이나 발생했다. 모두 22명이 숨지고 106명이 다쳤다. 특히 사고의 절반 이상은 속도를 40㎞/h로 제한한 휴게소 진입로에서 발생했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던 운전자가 휴게소 진입 시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안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 보행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휴게소, 주차장, 졸음쉼터, 버스정류시설 등 고속도로 내 보행자가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서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1월에 도로법을 개정했으며, 전국 고속도로 408개 휴게시설에 총 3491개의 안전시설을 설치 완료했다.
안전시설은 과속방지턱, 속도제한 표지판, 노면요철 시설, 감속유도 시설 등이다. 대다수 사고가 발생하는 휴게소 및 주차장 진입부에 집중 설치했다. 또한 휴게소 광장부에는 속도제한 표지판 등 해당 시설의 구조에 적합한 다양한 안전시설들도 마련했다.
휴게소뿐만 아니라 요즘 고속도로 운전자들에게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졸음쉼터나, 고속도로상 임시버스 정류시설에도 진출입 차로를 분리하거나 경고표지 등 각종 안전시설을 설치해 안전하고 편리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시설들이 운전자의 주의 운전을 유도해 안전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4762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4500명 이하로 줄인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 교육, 홍보 활동을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으며, 졸음쉼터 설치, 위험도로 개선, 사고 잦은지점 개선 등 효과가 큰 도로 안전 사업들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까지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안전시설들은 작은 교통사고라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없는 도로는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 각별한 주의와 안전운전을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사고 없는 도로, 나아가 안전한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손잡고 함께 나아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