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접촉] 사흘째 접촉…한반도 긴장상황 놓고 책임 공방

2015-08-24 00:23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남북이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상황 완화를 위해 이틀째 고위급접촉을 이어갔지만 이틀을 넘기면서도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우리측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분명한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는 반면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김관진 국가안보 실장(왼쪽 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 위 시계반대방향)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사진= 통일부 제공]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놓고도 폭넓게 의견을 나눴지만, 최근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남북이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북한의 지난 4일 DMZ 내 지뢰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미 고위급접촉 전부터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며 발뺌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위기해소의 출발은 북측이 우리측 부사관 2명에게 큰 부상을 입힌 지뢰도발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이 요구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의 지뢰도발로 방송을 재개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태도 이전에는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측은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주체가 분명한 사과 혹은 유감표명'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주체가 불분명한 유감 표명으로 곤란하고,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대표단은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황 이외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등의 남북관계 현안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새벽 브리핑에서 고위급 접촉 의제와 관련,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주요 의제로는 우리 측에서 주장하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남한 이산가족 6만여명의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가 논의됐다면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 논의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과 자신이 희망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제안을 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