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주선 “문재인 사퇴 없인 친노패권 청산 불가능…추석 전 가시적 행동 나설 것”
2015-08-24 07:55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인터뷰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지난 2000년 총선(16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래 3선을 지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4번 구속·4번 무죄’를 경험했다. 파란만장한 정치 역경이다. 수많은 시련과 고초를 겪었다. 어느덧 그에게는 ‘불사조’, ‘오뚝이’ 등의 별칭이 붙었다. 그런데 그가 또다시 정치실험에 나선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차기 총·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며 수권정당·대안정당 만들기에 착수한 것이다. 시기는 내달 ‘추석 전’이다. 그는 “신문고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게 남은 정치인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광주 동구) 얘기다.
인터뷰 첫마디는 “죄송하다”였다. 박 의원은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실에서 박원식 아주경제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의 산증인으로서 느낀 소회를 묻자, “국민과 광주 주민께 죄송할 뿐”이라고 했다. 의외였다. 초반부터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한 새정치연합을 질타하며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거칠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당 안팎의 혼란 등으로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내내 ‘정치인 박주선의 꿈’을 말했다. 특히 자신의 ‘4번 구속·4번 무죄’를 언급하며 “법도 알고 어느 정도 지위도 있는 저도 억울한 일을 겪었는데, 일반 국민은 얼마나 많은 인권 유린과 부당한 법 집행을 당하고 있겠느냐”며 “억울함이 없는 세상, 억울함을 호소하면 반드시 시정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밝혔다.
야권의 재구성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 없이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불가능하다”며 “오는 ‘추석 이전’ 민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가시적인 행동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親盧 정치적 야욕 때문에 패권 청산 실패”
이어 “선당후사의 정신이 있다면, 설령 계파에 불리함이 있더라도 대의에 입각해 대국민 봉사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친노는 계파 이익을 앞세워 내부 결속의 강화를 꾀한다”며 “당의 민주적인 의사 개진의 통로가 막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친노계가 가장 잘못된 정치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당이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대선평가보고서’ 내용을 단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앞서 당은 2013년 4월 당시 한상진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에서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패배 원인 분석과 민주당의 진로(보고서 333쪽)’를 내고 대선 패배 책임자로 문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박지원 의원 등을 꼽았다.
박 의원은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였던 2012년 대선에서 비통하게 패배했다”며 “이후 대선평가위의 진단은 정확했다. 첫째,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성과 책임 촉구다. 둘째, 중도개혁 노선으로 당 정체성을 바꿔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셋째, 친노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하라는 것은 안 하고, 강경일변도 투쟁정당의 모습만 보여줬다”고 힐난했다.
◆“文, 친노계파 수장…혁신위, 재탕·삼탕 案”
박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 “친노 계파의 수장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문 대표도 지난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에 출마할 당시 대표가 되면, 계파의 ‘ㄱ’ 자도 나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계파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처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친노 계파의 청산인데, 문 대표가 친노 계파의 수장으로 있는 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문재인 사퇴를 통한 친노 청산’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를 겨냥해선 “우리 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원인과 처방 진단 등을 내놔야지, 본질은 덮어버리고 지엽적이고 변죽에 해당하는 사항만 혁신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마저도 이미 (과거 혁신기구에서) 제안된 재탕·삼탕 안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동의를 못 받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감동 없는 정당으로 전락한 이유”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패한 정당은 사망선고를 받은 당이다. 당연히 회생과 부활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노력은 혁신위를 통해서 해야 하는데, 지금의 (김상곤) 혁신위는 당의 회생과 부활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 민심, 文 ‘NO’…친노 대안정당 원한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 민심’에 대해 묻자 “‘새정치연합과 광주의 인연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문재인 리더십과 친노 패권으로는 총·대선 승리를 못 한다는 것’, ‘그래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호남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1차 분기점을 ‘내달 추석 전후’로 꼽았다. 그는 ‘신당 창당이 물리적으로 촉박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전혀 촉박하지 않다. 국정감사 시즌으로 넘어가지만, 그간 꾸준히 소통해왔다. 물밑에서 준비작업을 하면 추석 이전에 민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가시적인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의 정체성과 관련해선 “대선평가위에서 권고한 ‘중도개혁 민생실용’ 정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호와 주장만 있는 요란한 ‘빈 수레’ 정당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성과를 내는 실용주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친노계도 안고 가야 발전적인 방향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탁상에서의 공허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친노 패권이 있는 한 집권할 수 없다는 게 국민 정서”라며 “그들을 제외한 중도개혁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세대·계층을 대표하는 유능한 인물을 영입해 전국정당을 꾀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광주리 정당’으로 명명했다. 박 의원은 “적어도 총·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누리당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실정에 염증을 느끼는 세력을 한데 모으는, ‘광주리 정당’을 통해 총·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千 신당은 일종의 공약사항…전국정당 만들 것”
인터뷰 후반부 야권발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인 ‘천정배 신당’에 대해 물었다. 박 의원은 “천정배 의원의 신당 추진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4·29 재·보궐선거 당시 공약(신당)한 사항을 이행하겠다는 논리다. 반면, 우리는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제대로 못 하면 거대 여당에 맞서는 대안정당을 만드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사명이라는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혁신위를 통해 다시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대안신당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저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러분이 계시다. 다만 시기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합류와 관련해선 “특정 정치세력의 공감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동교동계뿐 아니라 ‘친노계’와 ‘문재인 리더십’에 회의를 느끼는 모든 세력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정당에 차기 대권후보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묻고 싶다. 2002년 대선 경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1%가 채 안 됐지만, 국민경선을 거치면서 ‘노무현’이란 인물이 만들어졌다”며 “처음부터 아름다운 도자기는 없다. 반죽을 거친 점토가 불가마에서 오랜 시간을 통해 도자기가 되듯이, 우리도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성공하는 전국정당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안신당을 통해 △정당정치 폐해 극복 △후진적 정치시스템 타파 △거대한 원외 조직이 필요 없는 진정한 원내정당 구축 △헌법 개정을 통해 대선 결선투표 도입 △내각제 포함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 등을 약속하며 “거대 양당이 고착되면, 이를 완충할 정당이 없게 된다”며 “실질적인 다당제를 통해 정책과 비전 등을 놓고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물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선 생쥐가 되고, 죽은 권력 앞에선 호랑이가 된다는 국민적 정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의 밀실·폐쇄적인 수사 관행으로 많은 인권 침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선 계파를 넘어 나라의 변화와 사회 개혁의 큰 방향 제시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최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