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유죄] '친노 적자' 安·'노무현의 친구' 文 엇갈린 운명

2019-02-01 20:00
같은 친노지만 뿌리는 달라…다시금 회자되는 안이박김 숙청설

안희정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국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해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문재인 당선인에게 기습적으로 뽀뽀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된지 불과 사흘만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인 이들이 모두 정치적 치명상을 입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노·친문계 그룹 전체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친문계 인사들은 안 전 지사의 구속이 문재인정부에 미치는 파장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친노계 내 미묘한 균열을 말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의 비서' 안희정 전 지사는 친노 그룹 안에서 오랜 동지이면서도 때로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경쟁 관계이기도 했다. 

1983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문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을 함께 운영하며 영남지역의 시국·노동·인권 사건을 도맡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 발탁, 1988년 부산 동구에서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자만, 문 대통령은 부산에 그대로 남아 인권 변호사 생활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든든한 지역적 기반이자 뒤를 지켜주는 산같은 친구였다.

안 전 지사는 '대통령 노무현'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1993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안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 사무국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선거 때마다 캠프 살림살이를 도맡아했다.

문 대통령과 안 전 지사가 함께 일을 한 적은 없다. 노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안희정 전 지사는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치르고 나왔고, 이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한 축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직접 변호인단을 꾸려 대통령 변호에 나섰다.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노 전 대통령 사후(死後) 두 사람은 정치적 경쟁 관계였다.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두 사람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대연정', '선의' 등의 발언을 한 안 전 지사를 비판했고, 이에 안 전 지사는 '질겁하게 만든다'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국가대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그 누구라도 나는 연합정부를 구성할 것이다"라고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적폐세력과 손을 잡아서야 되겠느냐. 협치 강조는 몰라도 적폐세력과의 연정 제안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안 전 지사는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친노 측근들이 정치적 불명예로 잇따라 추락하자 ‘안이박김 괴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안이박김은 민주당 대권 잠룡들의 성을 딴 조어다. 친문과 대립각을 세운 안희정 전 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