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강간혐의로 기소된 첫 여성' 무죄 선고
2015-08-22 05:36
15시간 '마라톤재판' 검찰·변호인 치열한 공방…배심원들 무죄 평결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여성으로서는 처음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22일 전모(45·여)씨의 국민참여재판 마지막 기일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판단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법률에 따르면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이 법원 선고에 구속력은 없다. 다만,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당시 망치로 맞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전씨의 피를 닦아줬다는 주장과 과거 전씨가 준 포도주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경험이 있으면서 정체불명의 약을 선뜻 받아 마신점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전씨에게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5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전씨가 A씨를 일으켜 세워 폭행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수면제를 먹은 A씨가 새벽3시에 일어나 전씨가 자신의 몸위에 올라타는 등 자세한 정황을 기억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씨는 지난해 8월19일 새벽 A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관계를 시도하고 잠에서 깬 A씨를 망치로 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 쟁점에 관해 전씨 측은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주고 손발을 노끈으로 묶은 점, 망치를 휘두른 점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강간 의도가 없었고 평소 가학행위를 한 내연남을 상대로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이 15시간의 마라톤 공방을 거친 끝에 무죄 선고가 나오자 전씨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씨는 2013년 6월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이후 여성 피의자에게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형법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있다.
불우한 유년기 이후 홀로 오랜시간을 보낸 전씨는 내성적 성격에 주위 사람과 교류가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내연남을 만난 전씨는 가학 행위에 시달렸지만 주위에 남은 사람이 없어 그를 떠날 수 없었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검찰은 선고 결과를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