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 선택한 임금피크제, ‘3대 딜레마’ 봉착…전문가 “사회적 합의 시급”
2015-08-18 18:1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역점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으면서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최대 난제인 임금피크제가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 세대 연대(정치·사회학적) △실제 고용효과(경제학적) △모법 위반 논란에 따른 줄소송 가능성(법적) 등에 휩싸인 것이다.
특히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연장법)’ 시행에 따른 정년 60세 의무화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만 인건비 상승에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미국 금리 인상,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등 대외적 악재에 처한 한국 경제가 내부 악재로 미증유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장년·청년층, 대체재? 보완재?…등가성 문제와 연결
세대 연대의 핵심은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대체재’ 관계냐는 점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양측이 ‘대체재’ 관계라면, 고령자의 임금 축소는 청년층의 신규 채용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양측의 숙련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숙련도 높은 중장년층의 감축이 숙련도 낮은 청년층의 고용 증대로 연결될지 미지수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업의 정년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2012)’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고용 증가가 청년층의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2030세대와 5060세대의 대체재 여부는 실제 고용효과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들의 대체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안정과 청년층 일자리 확충’ 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논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지 불분명하다. 야권 내부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피크제, 제2의 통상임금 사태 치닫나
새정치민주연합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에 처한 근로자는 전체의 7∼8% 정도다. 이 중 공무원·교사·군인 등을 제외하면 3∼4%에 불과하다. 임금피크제에 처한 근로자가 적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청년 고용률 증가’라는 등가성을 확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은 연일 “청년실업률이 일반의 3배 육박하는, 더 이상 방치 못 할 혁명적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을 50% 정도 줄이고 5년 정도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고용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딜레마는 법적 논란이다. 임금피크제의 화약고인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는 모법인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변경 절차) 위반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다.
법원이 정부의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로 줄소송을 야기한 ‘통상임금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당·정은 이와 관련, 근로자 동의 불요를 골자로 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중장년층이 정년연장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를 보게 될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영진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임금피크제 등은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추상적 대립 대신 구체적 방안을 놓고 토론한 뒤 사회적 합의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