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 그레이트 코리아]<1>김준경 KDI 원장 "교육개혁 가장 중요…기업가 정신 갖춘 인재 키워야"

2015-08-13 08:03
한국 실제 경제성장률, 세계 평균에 못 미쳐
행정절차 간소화 넘어 획기적 규제완화 필요
노동개혁 단기 성과 가능…교육 최장기 과제

[이미지=미술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우리 경제의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이미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실적(performance)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세계 평균성장률과 우리 잠재성장률 수준보다 낮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경제의 현 주소를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개혁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것이야말로 '그레이트코리아'로 가기 위한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성장동력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 최대 당면과제임을 고려했을 때 정부는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선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부족, 수출 부진, 생산인구 고령화,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 역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이 뒷받침이 절실하다. 특히 교육 분야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하면 한국경제 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획기적인 규제개혁과 구조개혁 나와야 할 시기

김 원장은 "현재 규제개혁이 경제규제 감축, 규제개혁 신문고와 규제일몰제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행정절차 간소화를 넘어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며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일례로 오늘날 한류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걸친 일본대중문화 개방, 영화제작 및 수입의 등록제를 신고제로 전환, 방송프로그램 및 방송물에 대한 사전 심의제 폐지 등, 공연·영화·음반 등 문화산업 규제개혁에 힘입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등 외국문화가 우리 대중문화 산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민간부문 자율성 및 창의성 확대로 우리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 나아가 한류 및 문화 융성의 시발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우리 국민 잠재력이 문화산업에서 발현되고 아직 이러한 발전을 달성하지 못한 국가들 (특히 체제전환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적 번영과 자유분방함에 대한 선망 등도 요인이 돼 한류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례로는 1960년대 경공업 중심 수출거점이었던 구로공단을 꼽았다. 그는 "구로공단은 1980년대를 거치며 활력을 잃었지만 1996년 ‘수도권 공장총량제’ 대상에서 아파트형 공장이 제외되고 민간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로 아파트형 공장이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다시 살아났다"고 들었다. 

김 원장은 “제조업으로 한정된 입주업종을 완화하면서 중소 소프트웨어, 디자인, IT 업체들이 입주한 도시형 산업단지로 부활한 것도 큰 시사점”이라며 “이처럼 규제개혁 방향을 산업 육성·성장전략과 연동해 규제개혁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제공]



◆4대 개혁 중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교육개혁’

김 원장은 이와함께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4대 구조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노동개혁이 우선돼야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 구조개혁에서 단기적 성과와 함께 국민에게 가장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야가 노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과 금융의 경우 한 번에 크게 바꾸는 것보다 꾸준한 손질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4대 개혁 중 교육은 상당한 딜레마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준경 원장은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국경제의 미래가 바로 선다는 확신을 내비쳤다. 입시체제 혁신 등도 고려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김 원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개혁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하고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수준을 높여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기술발달에 따른 새로운 사회경제적 환경과 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교육과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선도경제로 탈바꿈하고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하며 이것이 기업가 정신의 요체"라며 "청년들이 구직자(job seeker)가 아닌 창직자(job creator) 로서 창업과 창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교육제도 하의 주입식 강의와 선다형, 단답형 중심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현실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도입과 확산이 우리 교육의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도 교수법, 평가방식, 입시체제를 혁신해 인적자본의 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일 때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부진, 중국 소비시장을 뚫어라

김 원장은 최근 수출부진 주요 원인으로 "저유가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원화가치 상승 이외에도 구조적 측면에서 중국 경제구조 변화와 후발국 추격"을 꼽았다.

"세계교역량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엔화 및 유로화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우리 수출품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중국 경제가 ‘수출 → 내수 위주, 투자 → 소비 위주’로 점차 전환되면서 수출 및 투자에 밀접하게 연동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중국 가공무역 비중이 축소됨에 따라 일본, 미국 등은 가공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진 원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같은 원인에 대해 "우선적인 정책대응 목표로 단기적인 수출의 양적 회복이라기보다는 수출 성장기여도를 제고함과 동시에 규제개혁을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규제개혁, 시장개방 등을 통해 이들 산업 내 반(反)경쟁적 시장구조를 타파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확대되는 중국 소비시장을 겨냥해 이미 소비재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은 미미한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원인을 전방위적으로 면밀하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채무조정 효율성 높여라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서며 한국경제 뇌관으로 떠올랐다. KDI에서도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최근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원인과 해결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 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요인은 ▲금리 인하 ▲30∼40대 실수요자 중심 주택수요 증가 ▲기업 투자부진에 따른 대출 수요 정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규제 완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경제규모 대비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금융 및 실물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계부채 취약성 문제는 전체 부채규모 보다는, 부실위험이 큰 채무자(과다채무자)들이 보유한 부채규모가 얼마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총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는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이 요구된다. 금리 인하 등 확장적인 거시정책은 가계부채의 총량 증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금융안정을 정책목표로 삼는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기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상환능력이 취약해 진 부실채무자 채무조정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시적 측면에서 물가 안정 및 경기안정 정책목표와 미시적 측면에서 금융안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간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한 정책공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채무조정을 위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워크아웃제도와 법원 개인회생제도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신용상담사 기능이 활성화돼 적절한 시기에 채무조정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하며 부실채무자에 대한 직종·업종 전환 컨설팅, 직업훈련 내실화 등을 통해 상환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경 원장 프로필 ◆1956년 서울 ◆ 서울대,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경제학 석사, 박사 ◆ 미국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of State University 조교수 ◆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 KDI 부원장 ◆ 대통령실 경제2(금융)비서관 ◆ 국무조정실 금융감독혁신 TF 민간위원장 ◆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및 KDI국제정책대학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