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은행, 주거래고객 혜택 강화… 윗돌 빼서 아랫돌 괴지 말아야

2015-08-12 10:47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오는 10월 계좌이동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집토끼'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들마다 각종 수수료 면제, 우대 금리 제공 등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을 대폭 강화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다.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은 늘어났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든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은 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여유가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은행들이 출혈경쟁을 펼친다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역시 실적을 올려야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혜택 강화에 따른 손실을 다른 쪽에서 메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주거래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늘어나면 그와 반대로 기존에 받던 다른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악화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고객들에게 주던 혜택을 지속적으로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10여년 전 이동통신업계에 번호이동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2004년 번호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 뺏기에 나선 바 있다. 핸드폰 기기를 사실상 공짜 수준으로 판매하는 꼴로 보조금을 살포하면서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에 따라 번호이동으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흔히 '호갱(호구+고객)'이라고 불리는 고객들도 대거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번호이동제 도입 이후 이통업계에 나타난 이같은 모습이 몇 년 뒤 은행권에서도 연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옮기려고 하는 것은 단지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따라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계좌이동제에 대응한다면 결국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