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경찰이 40대 보험설계사 여성 A씨(48)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54)에 대해 '무혐의' 처분키로 하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과 달리 피의자 신분으로 심 의원을 단 한 차례 소환해 조사하고 무혐의로 사건을 사실상 종결키로 해 '봐주기·부실수사'란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심 의원을 불러 A씨를 성폭행한 적이 있는지, A씨가 성폭행 신고를 한 뒤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3일 오후 9시 30분께부터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변호사 배석 하에 이뤄진 경찰조사에서 심 의원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사건 이후 A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최초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나 협박을 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심 의원을 2시간여만인 오후 11시30분께 귀가토록 했으며, 이후 추가 소환하지 않고 이르면 5일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진 심 의원의 조사와 달리, 경찰은 피해자인 A씨를 상대로 3차례에 걸쳐 5∼6시간 동안 조사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심 의원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 "어이없는 일"이라며 "실명이 공개되고 파문이 커지자 서둘러 자진 탈당 형식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여당 눈치보기 수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해 여성은 세 차례나 조사하고도 정작 가해자는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던 경찰이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어젯밤에 비밀리에 조사,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마디로 철저하게 짜인 대로 결론을 낸 각본 수사"라며 "즉각 재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심 의원의 탈당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면서, 의원직 제명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은수미·최민희 의원 등 새정치연합 의원은 당 소속 여성의원 25명이 공동발의한 심학봉 의원 징계요구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야당 여성의원들은 징계안에서 "심 의원이 국회법의 품위유지 의무와 국회의원윤리강령 등을 현저히 위반해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실추시킨 것은 물론, 국민을 모독하고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