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TALK] "장수현이 보고싶어" 김흥수 화백 1주기
2015-07-24 16:07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서 회고전 70여점 전시 8월 31일까지
하얗고 얇은 손가락도 힘이 없었다. 악수를 하고 내려놓은 손은 창백해서 검버섯이 더욱 불거져 보였었다. 마침 늦은 오후여서 간식을 먹을 시간이라고 했다. "무엇 하시겠수?" 묻자, 옆에있던 처제가 "피자, 어때요" 라고 했다.
그렇게 피자가 배달되어왔다. 상자를 펼치고 늘어진 치즈가 여유를 부리며 갈라주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그때 갑자기 그가 호통을 쳤다. "접시 가져와야지".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간 처제가 금색이 박힌 접시와 포크를 자리마다 내려놓았다.
"장수현은 나이먹어서 더 예뻐졌어요". 그가 하얀 수염을 한번 더 쓰다듬으며 말이 이었다. "나랑 장수현이 보러갑시다. 장수현이 보고싶어요. 그런데 멀어서 자주 갈수가 없네."
2014년 6월 9일, 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1919-2014)이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가나문화재단과 가나인사아트센터가 김흥수화백 1주기전을 마련했다. 김화백의 유족과 뜻을 모았다고 한다. 가나아트센터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김화백의 4남매가 뜻을 모아 70여점의 작품을 내주었다"고 밝혔다.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김화백의 회화 드로잉등 33점이 소개되고 있다. 나머지 작품은 전시기간 한차례 교체되어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김흥수 화백의 작품은 세계 미술계로부터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1979년 하모니즘 선언전이후 구상과 추상을 아우른 '하모니즘 창시자'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김흥수의 50년간의 화업을 시대별로 되짚어 볼수 있다
모자이크를 연상케 하는 콜라주 풍의 유화작업을 선보인 60년대, 구상과 추상, 객관적 재현과 주관적 내면세계 등 이질적 요소를 한 화면에 병치시킨 ‘하모니즘’ 보여준 70-80년대, 간결하고 명쾌한 선으로 그려낸 인체소묘가 많이 등장하는 90-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김흥수화백의 지치지 않은 열정을 새삼 만나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02)396.1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