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금액은 1771억85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가 실시한 '2014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로 올 3월초부터 5월말까지 3개월 동안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및 기업 출연 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 등 총 771개사를 대상으로 집계됐다.  

 메세나협회는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경기 상황과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인한 예술계의 불황, 문화예술교육 조사 기준 변경으로 인한 지원 금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지원액이 소폭 증가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기업의 문화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소폭 증가했고, 이와 함께 미술전시, 문학, 연극, 무용, 국악 등의 분야에서 지원금액이 골고루 늘어났다. 문예위를 통한 간접 지원도 전년대비 약 9억 원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예술계에 대한 직접 지원 보다는 기업의 자체사업 및 인프라에 대한 직접 투자가 주로 이루어져 실제 예술계의 체감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전통적으로 기업 지원이 취약했던 분야들의 지원 금액이 증가해 장르별 불균형 문제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원금이 자체사업 및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어, 기업 지원에 대한 실제 예술계의 체감치는 낮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침체와 각종 악재로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예술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과감한 직접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4년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인프라 지원 규모가 989억 3400만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그다음으로 클래식(204억 9500만 원), 미술전시(126억 9500만 원), 문화예술교육 (107억 1900만 원) 등의 순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인프라 지원 규모(989억 3400만 원)는 전년도에 비해 1.7% 증가했고, 클래식 분야(204억 9500만 원)는 0.8%가량 소폭 감소했다.

인프라 및 클래식은 전통적으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 분야로 매년 큰 폭의 증감 없이 꾸준한 지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미술전시(126억 9500만 원) 분야는 전년 대비 33.3%라는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는 백화점 업계의 해외 유명작가 초청 전시 및 아티스트 협업 활동 확대의 결과이다. 어린이 미술축제, 신진 작가 지원 사업 등도 꾸준히 개최되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 107억 1900만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5.9% 감소했다. 지원 규모가 감소한 원인은 실질적 지원 사업의 감소라기보다는 영리 목적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 성격이 강한 유통업계 문화센터 기반 교육 사업을 실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조사기준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기업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악(▲16.4%), 뮤지컬(▲16.2%), 연극(▲32.1%), 영상•미디어(▲24.8%), 문학(▲79.6%), 무용(▲63.3%)에 대한 지원은증가한 반면, 전통예술(▼6.6%)에 대한 지원은 소폭 감소했다.

◆지원 주체 별로 지원 현황=기업 부문에서는 KT&G가 1위를 차지했고, 문화재단 부문은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기록했다.

문화재단의 2014년 지원 총액은 737억 3600만원으로 전체 문화예술 지원액의 4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문화재단은 삼성문화재단이 리움, 호암미술관, 플라토 등 미술관 운영을 중심으로 한 각종 문화예술 지원 사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공연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LG아트센터 운영 및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문화복지 사업 등을 진행하며 2위를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미술관과 아트홀 운영 및 영재 발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했고,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을 초청하는 등 해외 연주단체와의 활발한 문화교류를 펼치며 3위를 유지했다.

두산연강재단(4위)은 두산아트센터와 두산갤러리 서울, 뉴욕을 운영했고,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여 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지원했다.

GS칼텍스재단은 여수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며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상위 10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674억 원으로 문화재단을 제외한 개별기업 지원 총액(1034억 4천9백만 원)의 65.1%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지원 현황=서울과 논산, 춘천에서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을 운영하며 시민을 위한 공연, 전시, 축제, 예술체험 등을 제공한 KT&G가 1위에 올랐다.

KT&G는 춘천어린이회관과 강원체육회관을 리모델링한 ‘상상마당 춘천’을 오픈, 강원권에 수준 높은 문화인프라를 선보였으며, 레지던시 개념의 창작공간을 제공했다.

2위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울산에서 7개의 문화시설 운영, 문화소외 지역 방문공연, 현대청소년교향악단, USP챔버오케스트라 운영을 통한 지역 예술인재 육성 등 지역밀착형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롯데백화점(3위)과 현대백화점(4위)은 전국 점포 소재지를 중심으로 문화홀과 갤러리를 운영하며 우수한 문화콘텐츠들을 선보였다.

또한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연계 전시 개최, 아트콜라보레이션 추진 등 미술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5위)는 예술단체들과 협력하여 전국 200여 곳의 지역아동센터에 주말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 공연예술 경진대회를 개최 했다.

또한 테이트모던과 11년간의 파트너십을 맺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 소장을 지원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 그의 예술철학을 세계에 알렸다.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한화생명(8위)은 교향악축제, 11시 콘서트를 꾸준히 후원했고, 세계적인 연주단체를 초청하는 '한화클래식'과 지방을 찾아가 차별화된 공연문화를 선보이는 '팝앤클래식'을 개최하는 등 클래식의 대중화에 주력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유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 지원금액에 세액 공제를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과 같은 후속 조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