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편집과 조작 사이…‘쇼미더머니’부터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까지

2015-07-20 14:33

[사진=Mnet, SBS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예능프로그램의 편집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릴까. 악랄함은 출연진이 일반인일 때 더욱 배가된다. 오디션프로그램의 원조라 자부하는 tvN ‘슈퍼스타K’가 그랬고, 일반인 공개 맞선 프로그램 SBS ‘짝’이 그랬다. 방송을 생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을 보호해 주지는 못할망정 순진무구함을 악용해 원하는 바를 쏙쏙 뽑아 먹는데, 그 악독하고 잔인한 습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왕왕 반복되니 더욱 큰일이다.

지난 주말 방송가는 악마의 편집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Mnet ‘쇼미더머니4’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그 주인공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 자체가 PD로서는 만족스럽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이라면 시즌4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논란은 필요하다”(‘쇼미더머니4’ 제작발표회에서)는 생각을 가진 이상윤 PD가 연출을 맡은 Mnet ‘쇼미더머니4’의 편집 논란은 시즌 1부터 대를 이어오고 있다. 17일 방송을 보고는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까지 반기를 들어 논란이 가중됐다.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박재범은 17일 방송 후 트위터에 “편집을 이렇게 하는구나. 우리 랩하는 모습은 한 개도 안 나오고. 와우! 인정. 랩, 힙합 방송이 어떻게 우리 무대에 그거만 빼고 편집할 수가 있는 거지? 너무 하시네. 로꼬 무대는 아예 통편집 당하는 건 뭐지”라며 통 편집당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힙합의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던 제작진이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내는 데 급급해 정작 힙합 무대는 통째로 도려낸 것은 이들이 한 ‘악마의 편집’ 중 가장 작은 것이다.

17일 방송분에서는 싸이퍼을 진행하며 국제적 망신을 샀는데, 28명의 참가자에게 마이크 하나와 10분이라는 시간을 주고는 ‘10분 안에 마이크를 차지해 랩을 하지 못하면 실력과는 상관없이 탈락’하는 미션을 내놨고, 참가자들은 랩의 박자와 라임으로 대결을 하는게 아니라 아닌 마이크를 차지하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기막힌 꼴을 세계적 랩퍼 스눕독이 목도했다.

황당한 것은 룰 뿐이 아니었다. 프리스타일랩 최강자인 최출구가 마감 시간 1분을 남기고 겨우 마이크를 잡았는데, 고등학생 참가자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미화된 모습이 방송에 나간 후 서출구는 “인터뷰를 1시간 넘게 한 것 같은데 다 편집됐다. 마이크를 양보한 건 착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기 싫어서였다. 시스템에서 정해준 룰 때문에 동생 앞에서 마이크 뺏어서 랩하기 싫었다”고 사실과 다른 편집 방향을 바로 잡았다. “시스템 안에 스스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룰을 따르지 않겠다고 정했을 때 후회 없이 그저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10일 방송에서는 참가자 허인창이 심사위원의 혹평에 “인이어 밸런스 조절 하셨냐”고 대꾸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사실은 심사위원이 “인이어가 이상한가?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안들리네요”라며 제작진에게 사운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에 허인창이 “인이어 밸런스 조절 하셨냐”고 거든 것을 삼사위원의 멘트 뒤에 갖다 붙인 것이었다.

제작진은 실수 중 가장 작은 것에 대해서만 해명했다. 박재범 무대 통편집과 관련해 “한정된 방송 시간 안에 프로듀서 네 팀의 공연을 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을 편집 해야했다. 편집돼서 아쉬운 장면들을 담은 풀버전 영상은 조만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기로 계획돼 있다”고 했다. 허인창과 최출구 분량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간극 좁히기에 나섰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도 18일 아빠의 스킨십이 불편하다는 사춘기 여고생의 고민을 다룬 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자극적인 편집 탓에 시청자들은 “아빠가 성추행을 하는 것이 아니냐” “아빠가 성폭행범이 될 것”이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자 사연의 주인공은 “저희가 신청한 것도 아니고 방송 작가가 동생을 섭외해 나가게 됐다” “방송이라 만들어진 장면이 많다” “방송 작가들이 촬영 내내 메시지를 보내 ‘○○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관찰카메라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제작진은 사연의 주인공이 SNS에 폭로 글을 게재한 이후 “이번 녹화를 통해 아빠도 훌쩍 어른스러워진 딸의 속깊은 생각을 통해 딸에 대한 애정표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면서 “그런데 제작진의 의도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분들도 있으신 것 같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MC진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여러분께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더불어 좋은 의도로 함께해주신 가족분들과 출연진께도 죄송한 마음 전한다”고도 했다.

사과문을 받지 못했을 때 보다 절망적이다. 제작진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제작진의 노력을 세심하게 알아채지 못해, 제작진을 아쉽게한 우리의 잘못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