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영 기업, 자발적 '부패 청정지대' 구축...BAT 이어 완다까지

2015-07-17 15:54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당국의 반(反)부패 '사정칼날' 위력이 정치계를 넘어 기업계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올해 들어 본격화된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정조치에 긴장감이 고조되자, 민영기업들은 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부패 척결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대표 민영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감사를 강화하는 등으로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주도하는 '부패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다롄완다(大連万達)는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반부패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완다 측은 4명의 고위직 임원을 포함한 18명의 임직원을 부패 및 규율위반 혐의로 해고 조치 했다고 밝혔다. 18명 중 2명에 관련한 사건은 이미 사법기관으로 송부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딩번시(丁本錫) 완다그룹 총재는 이날 왕젠린(王健林) 회장을 대신해 "완다 그룹은 부패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펼칠 것"이라면서 "직원 감사의 강도를 높이고, 부패 척결을 위한 더욱 효과적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딩 총재는 "왕 회장이 직접적으로 감사 부서를 관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직원 감사를 위한 '조건없는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민영 기업의 반부패 정책 동참 움직임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필두로 한 정보통신(IT) 기업에서도 포착된다.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올해 전자상거래 분야를 중심으로 부패 척결에 팔을 걷어 붙였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알리바바는 자사가 운영중인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 입점한 26개 업체를 '샤오얼(小二)'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영구 퇴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명단을 공개했다.

샤오얼은 알리바바 인터넷 쇼핑몰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내부직원을 지칭하는 말로, 쇼핑몰 입점을 위해 업체들이 이들 샤오얼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알리바바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부패 관리감독 부서도 운영해왔다. 

바이두는 지난 5월 전 직원에게 발송된 이메일을 통해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혐의에 연루된 7명 직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또 텅쉰(騰迅·텐센트)은 이달 내부 감사 과정에서 온라인 동영상 사업부문에서 일한 전직 직원 6명이 뇌물수수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텅쉰 재직 시절 영상 콘텐츠 업자들과 결탁, 콘텐츠 사용료를 부풀려 뒷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6명 중에는 류춘닝(劉春寧·패트릭 류) 알리바바 부총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표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華為)와 자동차업체 창청자동차(長城汽車) 또한 최근 사내 반부패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거딩쿤(葛定昆)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교수는 "대기업에 있어 감사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내에 규율상의 감시기구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부정부패에 매우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평했다.

거 교수는 "민영 기업의 반부패 조치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성장률 제고에, 장기적으로는 국가 주도 정책의 실효성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