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패션업계, 임원 연봉은 '쑥쑥'
2015-07-15 16:15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일부 패션업체 등기임원들의 연봉은 크게 올라 직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은 현재 임원에 대해서는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성과를 낸 임원은 높은 연봉을 통해 보상하고, 실적이 나빠지면 연봉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어 임원들만 '연봉 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모직, 한섬, LF,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주요 패션업체의 등기임원들이 지난해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챙겼다. 등기임원은 오너 경영자를 비롯해 CEO급이 대부분이어서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의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인 4650만원의 60배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임원과 직원의 평균 연봉 차이가 20배가 넘으면 직원들은 회사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한섬의 등기임원 역시 2013년 4억 4000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2014년 3배 가까이 오른 12억 6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섬의 영업이익은 9.3% 하락했다.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코데즈 컴바인도 마찬가지다. 2011년 매출 2200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에 달했던 경영실적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으로 쪼그라드는 등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등기임원들은 2013년 11억 12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6억 5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직원 평균 연봉은 2500만원으로, 임원과 26배 차이가 났다.
영원무역(5억 5000만원→6억 3800만원), 휠라코리아(4억 5100만원→5억 9800만원), 코오롱인더스트리(5억 4000만원→5억 6540만원), 대현(3억 4100만원→4억 1100만원) 등 주요 업체들의 등기임원 연봉도 모두 올랐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성과에도 매년 등기임원의 연봉이 오르는 것은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업체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좀 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실적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보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