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7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에게 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AT&T는 지난 1분기에만 325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 제2의 이동통신사다.

FCC가 1억달러라는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한 이유는 AT&T의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소비자들의 오해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AT&T는 자사가 서비스 중인 무데한데이터요금제가 월 5GB의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기존 4Gbps에서 512Kbps로 속도를 크게 낮춤에도 이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T&T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알렸고 또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로 인한 매출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모든 인터넷트래픽은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앞세운 FCC의 입장은 강경하다.

FCC와 AT&T의 대립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데이터요금제 시대가 열렸지만 이통3사의 무제한데이터요금제는 AT&T와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소진하면 속도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재나 시정 요구는 전무하다.

심지어 이통3사가 장악하고 있는 PC인터넷 시장에서는 평균 속도가 1Gbps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가’ 상품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현행법상 최저 속도가 100Mbps만 넘으면 ‘기가인터넷’으로 불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규정 때문이다.

이통3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정해진 법규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무제한데이터요금제의 경우, 기본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데이터 소진에 따른 속도 저하 역시 기존 와이파이 환경보다 오히려 속도가 빨라 이에 따른 고객 불편은 사실상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국내 통신 및 인터넷 인프라를 고려할 때, 이통3사의 주장처럼 무제한데이터요금제의 속도 절감이나 인터넷 상품의 실제 속도에 따른 고객 불편은 미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음에도 이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통사들의 그릇된 정책이다. 비록 관련 법규에 근거했다고는 하지만 명백히 고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밑바탕에는 ‘정직’보다는 ‘수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가 덩치 큰 대기업을 넘어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 없이도 고객을 위한 자발적인 ‘올바름’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