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화낙 만들어라’… 대기업들 사내벤처 육성에 팔 걷어
2015-07-05 16:13
아주경제 산업부 공동 = 2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30%. 애플에 갑(甲)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 일본의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 ‘화낙’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이야기다. 화낙의 시작은 당시 동경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뒤, 후지쓰에 입사한 이나바 세이우에몬의 공장자동화 사내벤처가 1972년 독립하면서 시작됐다.
또 글로벌 1위 온라인 여행 예약업체인 익스피디아와 한국의 국민 포털사이트 네이버. 이들의 공통점 역시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SDS 등 IT기업내 사내벤처로 시작해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대두됨에 따라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을 육성해 제2의 화낙과 네이버를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있다.
벤처 육성을 위해 가장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국내 대기업은 SK로, 지난 2011년부터 SK플래닛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플래닛X’를 시행중이다. 격월마다 경쟁 오디션 형태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구성원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디어로 SK텔레콤 기지국에 기상 센서망을 설치하고, 수집된 기상정보를 방재와 물류,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웨더플래닛’을 꼽을 수 있다. 이외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케어 서비스 △니어키즈(Near Kids)와 빅데이터 기반 고품질의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코픽(RecoPick)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집단 지성을 이용한 아이디어의 사업화는 물론, 외부 스타트업 기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모자이크(집단지성 시스템)을 오픈한 뒤 12월까지 9890건의 신규 아이디어 제안을 받았다. 상품화 연계 31건, A급 특허출원 51건 등 91건의 사업화에 기여했다.
아울러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밴처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삼성전자의 로드맵을 공유하는 삼성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결제 등 삼성전자의 전략 육성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고, 신규 사업 진출 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총 20개사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한 스타트업 기술과 사업부간 제품협력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분야 벤처 아이디어 개발과 사업화를 육성하기 위해 2000년 7월 ‘벤처 플라자’를 만들었다. 3년이 지난 2003년 2월 차량용 블랙박스와 운행기록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HK eCAR’라는 사내벤처 1호 기업이 탄생한 이후 총 6개의 벤처기업이 출범했다.
현대차는 직원의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사내벤처 제도가 자동차 신기술 확보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산업에서 신규 부가가치 영역의 개척에 기여한다고 평가하고,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의 및 사업화를 위해 사내벤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사내벤처의 의욕적인 출범에도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가는데 한계가 커 대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내벤처들 다수는 기업분리 후 지원이 끊겨 자금 및 영업 부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사내벤처가 신성장동력 발굴보다 대기업의 하청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분사한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애초에 사업부 출범 자체가 하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본사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분사를 택했다”면서 “분사 이후 모든 지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영업적인 측면이 많다. 대기업과 정부 측의 사내벤처 육성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