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금융시장…하반기 금융빅뱅 온다] 1. 하반기 금융시장 대전환 시작된다

2015-06-30 16:29
1-1. 사라지는 대면채널…금융권 채널 지각변동

 

아주경제 장슬기·문지훈 기자 =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판매 채널에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사람과 사람간의 서비스로 이뤄지는 대면채널의 입지가 줄고 편의성을 강조한 온라인 및 모바일 채널이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의 기존 채널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은행 창구 없이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설계사 없이도 보험가입이 가능한 온라인 및 모바일슈랑스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판매채널의 지각변동으로 일부 금융권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영업점 역할 전환 필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연내 1~2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키로 하면서 23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미 인터넷·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대면거래 비중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상품 가입 등 일부 거래의 경우 아직까지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비중이 높지만 금융사들은 비용절감 등의 차원에서 적자점포를 없애거나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면채널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총 7356개로 2012년 말 7698개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앞서 시중은행들은 온라인채널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업무영역을 두고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온라인서비스를 보다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앞선 곳은 우리은행이다. 온라인 전문 '위비뱅크'를 선보여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통합 모바일 플랫폼 'i-ONE뱅크'를 출시해 예·적금 및 펀드 가입, 대출 등의 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비대면채널 활용도와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영업점의 역할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지만 비용절감 등을 위해 무턱대고 축소할 게 아니라 역할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금이체, 상품가입 뿐만 아니라 대출 등도 가능해지면서 영업점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저금리·고령화시대 고객의 금융서비스 니즈가 복잡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변화의 방향을 잡는다면 오히려 경쟁우위 확보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며 영업점 역할 전환의 방향으로 개인화된 상품 및 서비스, 전문적인 수준의 금융자문, 고도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원스톱 쇼핑 개념의 금융서비스 등을 꼽았다.

◆온라인 보험 확대…해외진출 보험사도 대응전략 마련해야

보험업계 역시 판매채널의 변화가 나타난지 오래다. 금융위는 오는 12월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험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인터넷전용 보험과 방카슈랑스, 실손의료보험 등 구조가 단순한 상품 등을 통합사이트에서 판매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온라인을 통한 보험판매는 매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생보사들의 온라인 채널(CM)을 통한 수입보험료는 14억6900만원에서 2014년 12월 말 47억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아직은 대면채널 실적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워낙 성장세가 빨라 온라인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한 모바일슈랑스도 선보였다.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 미래에셋생명 고객은 PC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하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5월 한 달간 교보라이프플래닛 전체 가입자 중 약 21%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보험시장도 최근 온라인채널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까운 중국만 보더라도 온라인채널을 도입한 보험사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보험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온라인시장의 성장으로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보험사들도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의 주력 채널인 설계사들은 이 같은 온라인시장 확대가 달갑지만은 않다. 올 1분기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점포 수는 3953개로 관련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점포수도 3104개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점포 수가 줄어든 만큼 설계사 수도 수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채널을 주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 핀테크 열풍 등에 따라 이들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객들의 설계사 의존도가 낮아지는 만큼 이들도 온라인 판매와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