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 산업계 ‘또 다른 암덩어리 규제’

2015-06-30 15:18

아주경제 임의택·양성모·윤태구 기자 = 정부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BAU) 대비 37%로 결정하면서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당초 감축 시나리오보다 목표수준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개혁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계의 현실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이같은 ‘탁상행정’은 엔저와 내수부진 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사실상 사지(死地)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또 다른 암덩어리 규제 양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0개 경제단체와 발전 및 에너지업종 38개사(이하 산업계)는 30일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국민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그간 기업들이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산업계의 의중이 배제된 독단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최신 감축기술을 적용해왔다”며 “추가감축을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과도한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의 탁상행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대목은 정부가 감축수단으로 제시한 원자력발전이다. 산업계는 “지금도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극심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함께 제시된 신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비용증가로 이어져 중소‧영세기업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과 물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서민경제 부담으로 이어지질 것”이라며 “뿌리산업 등 많은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악화 역시 불가피하다”고 목소릴 높였다.

산업계는 “이번 감축목표는 경제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를 2%대의 저성장 늪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이번 2030년 감축목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재검토와 기존의 잘못된 목표에 따라 추진 중인 1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의 재할당을 촉구했다.

◆개별기업들 정부 눈치에 ‘전전긍긍’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릴 내는 것과 반대로 개별기업들은 정부의 뜻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그동안 진행해온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정부가 책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 달성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기업의 투자의지를 위축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결정돼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효율 개선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 결과, 글로벌 톱(TOP)수준의 우수한 에너지효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업계와 개별기업이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온도차를 나타내는 이유는 환경부의 눈 밖에 날 경우 강력한 재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개별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보다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산업계를 옥죄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 이후에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승세가 지속됐으며, 이러한 배출량 상승세는 국내 제조업의 회복 및 성장과 밀접하게 관계된다”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미국 등은 최대 배출년도 대비 연평균 1.0~1.4% 감축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경제수준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감축안을 설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산업계 관계자도 “현재 기업들 상당수가 온실가스 감축안에 난색을 표하곤 있으나 정부 눈치를 안볼 수 없다. 정부의 감축안 제시 본질은 이해하나 기업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