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10년] 한국 항공시장 판도 바꾼 LCC, 빛과 그림자

2015-06-29 17:00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국내 소비자들에게 ‘저가(低價)’항공으로 익숙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하늘길이 열린지 올해로 10년째다.

국내 LCC의 시초인 한성항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는 국내선 분담률 50% 이상을 기록하며 고공비행 중이다.

LCC의 등장은 기존 대형항공사 위주의 항공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항공의 괌, 사이판, 일본 오키나와 등 독점 노선을 위협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취항한 괌 노선의 경우 최근 2년간 관광객이 연평균 35% 늘었다. 당초 항공업계 ‘제살 깎아 먹기’, ‘출혈경쟁’이 벌어 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LCC가 급성장 하면서 항공여행 문턱은 낮아졌다. 최근 3년 사이 평균 9% 정도 항공권 가격이 완화됐다. 고속철도 KTX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산, 광주를 오갈 수 있다. 미리 항공권을 구매하는 얼리버드나 각 항공사별 특가항공권을 잘 활용하면 10만원대로 다녀올 수 있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관광지도 생겼다.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던 지방공항은 LCC의 등장으로 온기가 가득해졌다. 지난달 대구(196.2%), 무안(76.1%), 청주(69.2%) 등 모든 지방공항 국제선 실적이 증가했다.

항공업계 고용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임직원 1000명을 돌파해 현재 1310명이 근무 중이며 전체 LCC업계 직접 종사자만 총 4000명을 훌쩍 넘겼다.
 

 

LCC가 승승장구하며 기념비적인 기록들도 세웠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LCC는 비용을 줄이고 최대한의 효율을 만드는 사업모델이다. 대형항공사 서비스에 익숙한 승객들에게 ‘저가’ 이미지로 낙인찍혀 운항정비 등 안전성에 있어서도 비용을 절약할 것이라는 승객들의 불안감은 시급히 타파해야할 문제다.

다행히 현재까지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아 위안을 삼고 있지만 잦은 지연운항은 불명예다. 국내 LCC의 1만번 운항당 사고 발생건수(기체 결함으로 인한 경미한 사고 포함)는 0.63건으로 대형 항공사 대비 3배 이상 많다. 이는 운항횟수에 비해 항공기 대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5곳 LCC 운항 횟수는 연평균 2만3000여편인데 비해 보유 항공기 수는 평균 10여대에 불과하다. 비행기 1대당 하루 6번 이상 이착륙 하는 쉴틈없는 일정을 감당하는 셈이다. 이에 정비, 기체결함 등으로 항공편이 지연·결항될 경우 대체기 마련은 어렵고 다음 연결 편들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환불·수화물 파손 등 서비스 불만족, 중국·일본·동남아 등 포화 상태에 이른 노선 포트폴리오, 유능한 조종사 수급에 어려움, 수송여객 중심의 매출 구조로 예측할 수 없는 세월호, 메르스 등 리스크 관리 등 해결이 필요하다.

LCC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LCC들이 경쟁적으로 외형적 확장을 통해 국내 항공시장이 격변했다”며 “이제 항공정비(MRO), 정보시스템 구축 등 질적 성장도 신경써야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