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정면돌파 초강수’... ‘거부권 쓰나미’ 격랑 속으로
2015-06-25 16:28
박 대통령, 각의서 "배신의 정치,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정치권 고강도 비판
"3권분립 훼손..행정업무 마비 국가위기 자초" "국민 삶 볼모 구태정치 이제 끝내야"
"3권분립 훼손..행정업무 마비 국가위기 자초" "국민 삶 볼모 구태정치 이제 끝내야"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정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을 향해 작심한 듯 수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내 향후 당내 내홍은 물론 당청·여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정국은 ‘거부권 쓰나미’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두발언 16분 중 12분을 국회법 개정안과 정치권 비판에 할애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고, 어조도 매우 단호한 가운데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안"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이 든다“라며 국회의 '민생법안 지연 및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연계법안 처리 행태'를 지적, 여야에 맹공을 퍼부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경제살리기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인 현실을 거론, "아마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번 경제법안을 살려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당선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계신 분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다시 국민이 기회를 주신다면 신뢰정치를 하고 국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며 "그러나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며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법 개정을 주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보다는 당에 작심 비판을 쏟아 부은 박 대통령의 의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하지 않기로 당론을 모았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당론 확정에 따라 우려됐던 계파 간 갈등은 당분간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입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크게 반발하며 중도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법안은 우선 분리처리하되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의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