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깜둥이’ 단어까지 사용하며 美인종주의 ‘일침’

2015-06-23 15:59
“미국은 인종주의 극복하지 못했다”…4평 차고에서 ‘격식 파괴’ 인터뷰

미국 코미디언 마크 마론(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폴리티코 영상화면 캡처]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흑인 교회 총기난사 사건 등 최근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기어까지 사용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코미디언 마크 마론(51)의 팟캐스트 ‘마크 마론과 함께 WTF’(WTF with Marc Maron)에 출연해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여기서 인종주의란 단순히 공개석상에서 ‘깜둥이’(nigger)라고 말하는 정도의 무례함을 뜻하는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 주요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례적인’ 발언을 소개하며 이 발언이 나온 배경과 더불어 미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깜둥이’(nigger)라는 단어는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미국 사회내에서 금기어로 꼽히며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문제는 인종주의가 여전히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연한 차별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200∼300년 전에 일어난 일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없던 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태어난 이후 인종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개선됐지만, 노예 제도는 여전히 미국 사회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여전히 우리 DNA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기어 사용 논란과 관련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반응에 대해서도 놀라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더이상 명백할 수 없다”면서 “그 단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강조해 온 요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총기협회(NRA)가 너무 강하게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샌드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의회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정떨어지는 일이다. 정말 넌더리가 났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의 희생자를 낸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 법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한편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마크 마론의 인터뷰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터뷰는 LA 하일랜드파크에 있는 4평 남짓한 마론의 자택 차고에서 이뤄졌으며 마론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셔츠와 청바지, 부츠를 신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재킷을 걸치지 않은 편안한 상태로 인터뷰에 임했다.

마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차고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농담도 하는 등 편안하게 방송에 임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차고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며 “대통령은 판에 박힌 일상적인 인터뷰에서 벗어나 정책의사 결정과정에서 통찰력과 일상생활, 가족에 대한 생각, 과거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