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경영권 보호 등을 위해 취득해 둔 자사주(자기주식) 비율이 평균 3.26%로 나타났다.

자사주는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간 싸움에서 대주주의 우군으로 활용돼 왔다. 과거 소버린자산운용과 SK의 분쟁이나 최근 불거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간 싸움이 대표적이다.

21일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발행주식수(보통주·우선주) 대비 자사주 보유 비율이 평균 3.26%였다.

그룹별 자사주 비율은 현대중공업그룹 3개 계열사가 평균 11.67%로 가장 높았고, 한진그룹(6개사) 6.59%, 삼성그룹(18개사) 6.41%, 한화그룹(7개사) 4.86%, 두산그룹(6개사) 2.92%, 현대차그룹(11개사) 1.99% 등의 순서다.

개별 상장사 가운데서 자사주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으로, 총 발행주식의 23.59%를 자사주로 갖고 있다. SK도 총 발행주식의 23.56%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비율도 17.82%를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 중인 제일모직도 14.10%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비율은 SK C&C(13.64%)와 SK케미칼(12.68%), 삼성화재(12.65%), 삼성전자(12.47%), SK텔레콤(12.15%), 삼성중공업(11.24%), 에스원(11.02%) 등 SK그룹과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주로 10%대를 웃돌았다.

한진그룹의 한진해운도 9.73%의 자사주를 갖고 있으며 SK그룹 계열의 부산도시가스도 자사주 9.08%를 보유 중이다. 한화그룹은 한화(7.79%)와 한화생명(5.99%), 한화투자증권(5.68%) 등이 자사주를 많이 갖고 있다. 또 롯데쇼핑(6.16%)과 현대자동차(5.89%), 삼성증권(5.51%), 삼성생명(5.46%), LG생활건강(5.43%) 등의 자사주 비율도 5%를 웃돈다.

상장사들은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 내에서 주가 안정이나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대비한 경영권 보호 등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자사주는 상여금 등 임직원에 주는 물량을 제외하고는 6개월 내에 팔 수 없고, 의결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유하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즉시 부활해 경영 보호에 활용될 수 있다. 때문에 10대 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를 보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SK가 주주 소버린과의 분쟁 때 자사주를 은행들에 넘겨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한 적이 있고, 이번에 엘리엇과 제일모직과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둔 삼성물산도 보유 자사주를 우군인 KCC에 넘겨 5%가 넘는 의결권을 추가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