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조세 大戰 “이제는 법인세 정상화 싸움”

2015-06-17 17:40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9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포비아’로 소비심리 위축 등이 현실화되면서 세수부족방안의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이 급부상한 것이다.

특히 야권이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의 전제조건으로 세수결손 대책을 요구하자 법인세 인상 등이 ‘6월 조세 대전’(大戰)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놓고 ‘최적의 정책조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법인세 인상 세계흐름 역행…與 내부선 이견차도

17일 여야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달 말부터 법인세 정상화 등 세입 확보 방안을 본격 논의한다. 5월 임시국회 당시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6월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기로 했다. 오는 8월 정부의 2016년도 세제개편안 발표 등에 앞서 조세 대전의 제1라운드를 개시하는 셈이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안 합의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내부, 야권의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그룹은 ‘법인세 현상 유지’, 일부 비박(비박근혜)그룹은 ‘한시적 인상’, 야권은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인 25%까지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9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포비아’로 소비심리 위축 등이 현실화되면서 세수부족방안의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이 급부상한 것이다. [사진제공=청와대 ]


정부의 입장은 간단하다. 세계발(發) 경제위기로 각 나라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세율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세제 개편 동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사이 34개 회원국의 평균 최고 법인세율은 2000년 32.6%에서 2014년 25.3%로 7.3%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25%였던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의 법인세는 인하 추세를 유지한 반면,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2010년 이후 점차 인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박 지도부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라고 한 만큼 향후 여권 권력투쟁 흐름에 따라 법인세 논의에 불이 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 조세 大戰 변수…실효세율도 논란거리

야권의 입장도 단호하다. 3년 연속 세수 펑크의 현실화·지난해 3조3000억원에 달한 법인세의 예산 대비 부족 사태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로 소득세 및 법인세 등마저 줄어들 경우 적자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법인세의 실효세율(각종 감면을 제한 후 실질적인 세 부담)이 ‘2009년 19.6%→2010년 16.6%→2011년 16.6%→2012년 16.8%→2013년 16.0%’ 등으로 줄어든 만큼 이를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세제 개편 동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사이 34개 회원국의 평균 최고 법인세율은 2000년 32.6%에서 2014년 25.3%로 7.3%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25%였던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총 법인세는 37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5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4.6% 증가했지만, 총 설비투자는 1.4% 증가에 그쳤다. 법인세 감면에 따른 낙수효과가 미비하다는 얘기다. 야권이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리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과표 구간의 조정이다. 현행 법인세율은 3단계 누진세율(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2억~200억원 이하 20%·200억원 초과 22%)이다. 야권은 여기에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자고 대안을 내놨다. 다만 여권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법인세를 무조건 올릴 경우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양극화된 기업을 구분해 대기업은 인상, 중소기업은 인하 등 ‘법인세 차등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지역 메르스 국민안심병원 33곳(전국 161개) 중 하나인 서울 노원구 인제대부속상계백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원 출입자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