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조세 大戰 “이제는 법인세 정상화 싸움”
2015-06-17 17:4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9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포비아’로 소비심리 위축 등이 현실화되면서 세수부족방안의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이 급부상한 것이다.
특히 야권이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의 전제조건으로 세수결손 대책을 요구하자 법인세 인상 등이 ‘6월 조세 대전’(大戰)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놓고 ‘최적의 정책조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법인세 인상 세계흐름 역행…與 내부선 이견차도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안 합의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내부, 야권의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그룹은 ‘법인세 현상 유지’, 일부 비박(비박근혜)그룹은 ‘한시적 인상’, 야권은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인 25%까지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정부의 입장은 간단하다. 세계발(發) 경제위기로 각 나라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세율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의 법인세는 인하 추세를 유지한 반면,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2010년 이후 점차 인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박 지도부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라고 한 만큼 향후 여권 권력투쟁 흐름에 따라 법인세 논의에 불이 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 조세 大戰 변수…실효세율도 논란거리
야권의 입장도 단호하다. 3년 연속 세수 펑크의 현실화·지난해 3조3000억원에 달한 법인세의 예산 대비 부족 사태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로 소득세 및 법인세 등마저 줄어들 경우 적자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법인세의 실효세율(각종 감면을 제한 후 실질적인 세 부담)이 ‘2009년 19.6%→2010년 16.6%→2011년 16.6%→2012년 16.8%→2013년 16.0%’ 등으로 줄어든 만큼 이를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총 법인세는 37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5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4.6% 증가했지만, 총 설비투자는 1.4% 증가에 그쳤다. 법인세 감면에 따른 낙수효과가 미비하다는 얘기다. 야권이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리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과표 구간의 조정이다. 현행 법인세율은 3단계 누진세율(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2억~200억원 이하 20%·200억원 초과 22%)이다. 야권은 여기에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자고 대안을 내놨다. 다만 여권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법인세를 무조건 올릴 경우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양극화된 기업을 구분해 대기업은 인상, 중소기업은 인하 등 ‘법인세 차등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