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9) 중국 실버시장 공략하려면? '행복9호'부터 찾아가라
2015-06-18 06:00
웨이촹국제그룹 왕전 CEO, 의료기업 알바생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자수성가'
이곳은 바로 중국 노인 전문 생활서비스 브랜드 ‘행복9호’에서 만든 시니어 생활공간 ‘노인낙원(老人樂園)’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노인들의 디즈니랜드’라 불린다.
행복9호는 노인 전용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노인 전용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라인 체험서비스 스토어도 운영한다. 실버 산업계의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알라바바의 인터넷 생태계처럼 행복9호는 중국 최초 ‘실버 생태계’ 조성을 꿈꾸고 있다.
행복9호 브랜드를 만든 주인공은 중국 웨이촹(唯創)그룹을 세운 왕씨 형제, 왕전(王振)과 왕레이(王磊)다.
형 왕전은 2003년 중국 대륙에서 사스가 유행할 당시 한 의료기기 업체에 월급 400위안짜리 구내식당 조리원 알바생으로 의료산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의료엔 까막눈이었던 왕은 밥 짓는 일부터 빨래에 구두닦이까지 잡일을 도맡아 했다. 근면 성실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에 의료업체 '영업맨'으로 변신한 왕은 이듬 해인 2004년 회사 영업왕에 선정돼 지역 매니저 자리도 꿰찼다.
왕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의료사업 노하우를 습득한 그는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05년 동생 왕레이와 함께 웨이촹 그룹을 창업했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노인 전용 생활용품 판매로 시작한 회사는 중국 대륙 전역으로 시니어용품 판매 매장을 세우며 시장을 넓혀나갔다. 창업 8년 만인 2013년엔 이미 직원 수 4500명, 매장 4000개, 매출액 억 위안 대의 어엿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왕씨 형제는 중국에 불고 있는 인터넷 ‘광풍’에 주목했다. 2013년 3월 처음으로 시니어 전용 온라인 쇼핑몰 ‘행복 9호’를 출시하며 O2O 사업에 도전한 것.
‘행복9호’는 ‘행복하면 돼!’라는 뜻의 중국어 ‘幸福就好’와 발음이 거의 같다. 온라인 쇼핑몰이 개설된 2014년 3월 15일 첫날 매출액은 1500만 위안(약 27억원)을 돌파했다. 행복9호는 1초에 노인용 스마트폰 2000대 판매, 1시간내 애플 아이패드 300대 판매, 하룻새 아이폰 1000여대 판매 등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에 전국적으로 4000개에 달했던 시니어용품 판매 매장은 ‘체험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곳에서는 '행복9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각종 노인용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노인 전용 생활공간인 노인낙원까지 만들었다. 중국 실버시장에 진출하려면 행복9호부터 찾아가라는 말까지 업계에서 나돌 정도다.
왕씨 형제의 사업 철학은 바로 “노인을 가족처럼 모셔라”다. 현재 행복9호 산하에는 1만 명에 가까운 건강 상담사들이 매일 노인들에게 각종 제품설명에서부터 각종 건강 컨설턴트 서비스까지 노인 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왕씨 형제의 목표는 5년 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인을 요양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심각한 인구 고령화 문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사명감도 있다.
2014년 말 기준 중국 노인 인구는 2억1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5%에 달한다. 2055년까지 노인인구 비중은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위안(약 18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 실버시장 성장성도 밝다.
행복9호의 비전에 반한 우수한 인재들도 몰리고 있다. 6월초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징둥상청(京東商城)을 일군 일등공신 리다쉐(李大學) 전 징둥상청 고급부총재가 행복9호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에는 칭다오맥주 글로벌마케팅 총재를 역임한 중국 비즈니스계의 ‘철의 여인’ 옌쉬(嚴旭)도 영입했다.
행복9호 매출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월 행복9호 한달 매출액이 1억 위안을 돌파했다. 알리바바 타오바오몰이 3년, 징둥상청이 4년 만에 실현한 실적을 온라인쇼핑몰 개설 10개월 만에 실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