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 (5) 버려진 휴대폰에서 ‘노다지’ 캐다―루이펑환바오
2015-05-07 06:00
돈도 백도 기술도 없는 28세 청년 장샤오전의 환경보호 사업
중국에서 매년 버려지는 휴대폰에서 ‘노다지’를 캐는 한 중국인 청년이 있다. 폐휴대폰 재활용업체 ‘루이펑환바오(銳鋒環保)’를 창업한 장샤오전(張曉眞)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8년 푸젠(福建)성에서 태어난 장은 중국의 평범한 소시민이다. 남들처럼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뛰어난 기술도, 경영지식도 없다. ‘돈도 백도 기술도 없는 젊은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따라붙는 이유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안돼 앞길이 막막해진 장샤오전은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당시 중국에서 생소했던 중고폰 유통 사업이었다. 버려지는 중고폰을 매입해 판매업체에 팔아 넘겨 중간에 수익을 취하는 것. 대학생 때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리바바 타오바오 몰에서 휴대폰을 팔면서 사용 가능한 휴대폰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기에 가능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자니 돈이 없었다. 장은 직접 쓴 사업계획서를 수 백개 벤처투자사에 돌렸다. 상하이벤처투자사 카이펑화잉(凱鵬華盈)으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왔다. 사업계획서를 돌린 지 넉 달만의 희소식이었다. 이렇게 하여 2009년 루이펑환바오의 전신, 루이펑왕(銳鋒網)이 탄생했다.
루이펑왕의 영문명은 ‘REFONE’, 영어에서 재활용을 의미하는 ‘Recycle’와 휴대폰을 의미하는 ‘Phone’의 합성어다. Phone이 아니라 'Fone'이라 한 것은 중국어로 폐기물을 뜻하는 단어 ‘廢舊’의 한어병음 ‘Feijiu’의 이니셜 ‘F’를 따 온 것이다.
중국 휴대폰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루이펑왕도 번창했다. 2011년말 온·오프라인으로 매입한 중고폰은 월 평균 1000대가 넘었다. 5~10위안 주고 매입한 중고폰을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업자에 팔아 넘기며 얻는 수입은 짭짤했다. 일부 중고폰은 분해·조립 과정을 거쳐 아프리카·중남미 등 타 지역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장은 중고폰 유통장사에 연연하지 않았다. 환경보호라는 더 큰 꿈을 그렸다.
일본의 한 금속업체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폐휴대폰 1t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은 150~200g이다. 금광에서 채취한 1t의 금광석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5g)보다 훨씬 많다. 매년 폐기되는 1억 대의 휴대폰 무게를 1만t이라 치면 이론상 최대 2000㎏의 황금을 추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버려진 휴대폰은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장은 2010년 말부터 사실상 중고폰 유통 사업을 중단했다. 회사명도 루이펑환바오로 바꾸고 어떻게 하면 버려진 휴대폰을 재활용할 수 있을 지 고심했다.
때 마침 2012년 5월 벨기에를 방문 중이던 리커창(李克强) 당시 부총리가 벨기에 소재전문 기업 유미코아(Umicore) 전자폐기물 처리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TV 화면에 보도됐다. 1800년대 광산업체에서 시작한 유미코아는 오늘날 산업폐기물에서 귀금속을 추출하는 글로벌 대표 재활용 업체로 성장했다.
장은 유미코아 중국 법인을 무작정 찾아갔다. 6개월 간의 설득과 협상 끝에 루이펑왕은 유미코아와 손 잡았다. 유미코아는 장이 수거해 벨기에로 수출한 폐휴대폰에서 금을 추출해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하고 있다.
장은 푸젠성 내 편의점, 전자기기 판매상,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폐휴대폰을 대량으로 공급받고 있다. 지난 해부터는 맥도날드와 손잡고 각 매장에 폐휴대폰 수거함도 설치했다. 고객들이 폐휴대폰을 수거함에 넣으면 맥도날드 측에서 햄버거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해 루이펑환바오가 수거한 폐휴대폰은 100만여대, 영업수익은 1000만 위안(약 17억4000만원)을 돌파했다.
장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루이펑환바오는 유니코아사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푸젠성에 폐휴대폰 귀금속 추출을 위한 기초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폐휴대폰 부품 분해·분쇄 등 기초 처리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직접 옮겨 오는 것이다. 루이펑환바오가 중국 최초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