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4) 손정의가 선택한 인터넷금융기업―유리왕

2015-04-30 06:00

[유리왕 CEO 류옌난]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에 위치한 인터넷금융센터 빌딩. 지난 해 12월 초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당서기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유리왕(有利網) 본사를 친히 방문했다.

궈 서기는 이 자리에서 인터넷 금융을 적극 장려하며 인터넷 금융기업이 '신용'을 기본으로 과학기술 수단을 잘 활용해 자금 운용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베이징 지도부도 꽂힌 유리왕은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개인간(P2P) 대출업체다. 유리왕을 이끄는 삼총사는 영국 유학파, 베이징대 MBA 출신 엘리트들로 구성됐다.  BoA메릴린치,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서 기업 투자 M&A를 담당한 글로벌 금융맨 류예난(劉雁南)과 IT업계 창업 경험이 있는 런융(任用), 그리고 베이징대 MBA 금융 석사 출신의 우이란(吳逸然)이 그들이다. 

회사설립 3년 만에 투자자 290만명, 투자금 78억 위안을 모은 유리왕의 성공 비결은 다른 P2P 금융업체와의 ‘한 끗’ 다름이다.

일반적으로 P2P 금융은 개인간 온라인 대출 방식을 말한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이 없으니 신용등급이나 담보 등이 없어도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돈을 빌린 사람이 상환하지 않을 리스크도 크다. 

유리왕은 일반 P2P금융업체가 취약한 ‘신용’ 리스크를 극복했다. P2P 금융에서 발생하기 쉬운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낮추는 장치를 겹겹이 마련한 것.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은 O2O(Online to Offline) 경영방식이다. 온라인 플랫폼만 활용하는 다른 P2P 금융업체와 달리 오프라인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유리왕의 특징은 온라인을 통해서는 투자자만 모집한다는 것이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유리왕 웹사이트를 통해 단 몇 분만에 투자자로 등록할 수 있다. 최소 투자 등록자금은 50위안이다. 50위안 이상만 투자하면 연간 12%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반면 차입자는 다르다. 몇 번의 심사과정을 거쳐 돈을 상환할 능력이 되는 차입자만 오프라인으로 엄선한다.

유리왕은 이를 위해 중국 내 권위 있는 소액대출기관과 손 잡았다. 소액대출기관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추천한 차입자를 유리왕은 미국 금융정보 분석회사 피코(FICO)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한 번 더 추려낸다. 연체 위험이 크다고 판단이 들면 차입자 등록은 거절한다. 차입자가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소액대출기관에서 책임지고 배상하도록 했다. 이밖에 내부인사가 투자금을 횡령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회사 계좌와 별도로 투자금 계좌를 운영해 제3자 기관인 초상은행 베이징지점이 관리 감독하도록 한 것이다.

유리왕은 후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P2P 업체가 범람하고 있는 중국 P2P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유리왕의 신용을 믿고 투자자들도 몰려들었다. 현재 유리왕이 보유한 투자자 수는 300만명에 육박한다. 투자액도 지난 달 기준 78억 위안을 돌파했다. 거액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지난해 유리왕은 중국 내 소액대출 기관 30여곳과 손 잡고 은행권 대출에서 소외된 3만 명이 넘는 개인과 영세기업에 대출자금을 지원했다.

유리왕의 행보에 벤처투자사도 주목했다. 세계 벤처 투자의 ‘마이더스 손’으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유리왕을 선택했다. 지난 2013년 유리왕이 소프트뱅크 차이나벤처캐피탈로부터 1000만 달러를 유치한 것. 손정의가 선택한 첫 번째 중국 국내 인터넷금융업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중국 P2P 금융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2014년 중국 P2P 금융업체 수는 1570만개에 달했다. P2P 금융거래액도 2500억 위안을 돌파했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부실, 신용 리스크 등 부작용도 빈번히 발생, 지난 해에만 중국에서 각종 문제가 제기된 P2P 금융업체가 275개에 달했다. 도산하고 있는 P2P 금융업체도 속출하는 게 현실이다. 유리왕의 지난해 자금 연체율 0.79%, 고객투자금 손실 '제로' 실적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