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방미 연기 이후 정국 해법은?
2015-06-11 15:00
메르스 확산에 총력 대응…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방침 '유효'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미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최우선 과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시켜 국민불안감을 해소하고, 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 국민 신뢰 회복 최우선
박 대통령은 첫 환자가 확인된 지 6일 만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첫 대면보고를 했고, 14일 만에야 첫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정부가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허둥지둥하는 동안 확진환자와 격리자는 보름 새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국가의 위기관리 대처 능력과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1주일새 40%에서 34%까지 곤두박질쳤다.
한 전문가는 “국가 위기관리를 위한 두 개의 축은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와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가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바람에 정확한 정보 공개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초동 대처 때부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더라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 상황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졌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민 신뢰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교안 총리 임명,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박 대통령은 11일 국회로부터 송부될 예정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고 원안 그대로 넘어올 경우나 여야 합의안이 오더라도 시행령 수정 권한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다.
늦어도 12일까지 정부로 법안을 송부하겠다는 게 정 의장의 생각인 만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6일 또는 2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면 여당에서 법안을 자동 폐기하는 수순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 본회의 표결에 다시 부쳐져 원안대로 재의결되는 상황이 온다면,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 뿐 아니라 당·청(黨·靑) 관계 또한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탈당(脫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청와대는 12일 예정된 황교안 총리 인준안 본회의 처리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인준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심각한 국정공백 상황을 더 방치할 수 없는 이상, 총리 임명은 강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 경제활성화 행보 통해 국정동력 끌어올리기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메르스 대란으로 인한 경제 위축과 서민경제 악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구조개혁 등 개혁과제 이행을 위한 국정운영의 동력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경제적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심각하게 염려가 된다"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아울러 임금피크제와 노동시장개혁을 서둘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동시에 위기에 빠진 수출시장 활로 모색을 위해 각종 수출지원책 마련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가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안전’ 관련 일정이나 민생·경제 관련 현장 방문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