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소나기 대책' 쏟아내…부처 엇박자 여전 효과 의문

2015-06-11 06:50
국민 68% "정부 못 믿는다"…대응 시나리오도 컨트롤타워도 없어
여야, "무능한 정부" 비난…'불신' 응답 2.5배↑ 신뢰회복 역부족

10일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 음압병실에서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근무를 서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메르스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향후 정책 효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메르스 발생 21일 만에 내놓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메르스 관련 경제동향과 대응 방안을 내놨다. 대부분 피해 업종 지원 방식으로 대책이 꾸려졌다. 그러나 이번 대응 방안이 유통·서비스업종에 얼마나 단비가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급조된 정책이 얼마나 신뢰를 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여일간 보여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진화 작업에 나선 최경환 총리대행

최경환 총리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런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메르스 관련 대응에 나섰다. 최 총리대행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와좌왕하던 정부는 중심을 잡았다.

그가 개입하면서 그동안 지적됐던 부분들이 하나 둘 수정됐다. 우선 메르스 환자 상태를 100% 공개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시, 경기도, 대전시, 충남 아산시 등 4개 지역 폐렴환자를 상대로 메르스 감염 여부를 일제히 조사하기로 했다. 최 총리대행은 지난 9일에는 메르스 확진 환자 8명이 발생한 대전 건양대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공개는 없다는 원칙 아래 메르스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100%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중구난방인 정보가 공개돼 혼선이 있으면 안 되므로 확인을 거쳐 하나로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최 총리대행은 메르스 관련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메르스 국면이 진정될 때까지 정부는 매일 오전 범정부 차원 메르스 점검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최 총리대행은 이어 메르스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하겠다는 정부 결정을 재차 강조했다.

◆부처간 엇박자는 여전…20일간 정부는 뭐했나

대한민국을 메르스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정부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초기 환자를 방치한데다 20일 동안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자치단체간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았다. 서로 화살이 피해가기만 바라는 책임공방은 여전했다.

사스와 신종플루 등 대형 질병을 두 차례나 겪었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정부 대응 시나리오는 무용지물이 됐다. 이렇다보니 복지부에서 내놓는 대책은 20일 동안 계속 바뀌었다. 가장 기본적인 병원 공개부터 진통을 겪었다.

교육부와 마찰음은 부처 엇박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로 작용했다. 정부 부처가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자 일선 학교는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 3일에는 교육부가 예방적 차원에서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하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복지부는 휴업이 옳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보건당국은 현재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교육부에 알려왔지만 학교는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고 학생의 생명과 건강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므로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복지부는 “일선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의학적으로'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사회·교육 부처를 총괄하는 황 부총리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앞선 2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 대행 주재로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지만 교육부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학교 휴업을 두고 대국민 소통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러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 없는 대책만 무성…무능한 정부 질타

정부는 뒤늦게 피해업종과 지역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으로 4000억원 이상 자금·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커져버린 국민 불신을 지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와 정치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10일 한 조사기관이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3%로 나왔다. 이는 ‘신뢰한다’는 응답 25.9%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불신이 89.5%에 달했다.

정치권은 연일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2003년 사스 등을 경험했던 것을 활용하면 되는데 완전히 처음 대비하는 것 같다”며 “컨트롤타워를 확실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야당도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메르스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며 “컨트롤타워는 결국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대표는 서울시청에 마련된 메르스 방역대책본부 상황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안타깝고 분통 터진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