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 교부금 삭감 엄포… 광주·전남 지자체 주민세 인상 러시
2015-06-09 11:10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보통교부금 감액 등의 불이익을 준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광주·전남 등 전국 자치단체들이 속속 주민세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교부금을 삭감당하지 않기 위해 '인상'을 택하고 있어 '우회적인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8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지난 2월부터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는 지자체에는 보통교부금 산정 시 페널티를 주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보통교부금은 자치단체에 자체수입으로 모자라는 필수경비를 중앙정부가 채워주는 재원이다. 정부는 기준에 못 미치게 주민세를 징수하는 자치단체에는 차액분의 2배가 되는 금액을 교부세에서 삭감키로 했다.
인구 50만명 이하 시·군은 올해 7000원까지, 50만명 이상은 1만원으로 올리도록 인상 폭을 정했다. 내년에는 모든 지자체가 1만원의 주민세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징수실적이 좋은 자치단체에는 보통교부세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세를 올린 지자체는 지방 교부금 인센티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 전남 일선 지자체는 지방 교부금을 더 받기 위해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부적으로 현재 4500원인 주민세를 1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상안이 현실화될 경우 광주시는 지난해 21억원에서 24억원이 늘어난 총 45억원의 주민세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이미 함평·장성·담양이 4000∼5000원이던 주민세를 7000원으로 올렸다. 영광군은 주민세 인상을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영광군은 지난 1일 군의회에 현재 5000원인 주민세를 7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영광군 군세 조례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조례가 의회를 통과하면 영광군의 주민세는 지난해보다 40% 인상된다. 군 관계자는 "정부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교부금 3억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들도 교부금 감액을 피하기 위해 주민세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인천시와 부산시가 1만원으로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북에서는 칠곡과 군위, 울릉군 등이 최근 주민세를 3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고 나머지 20개 시·군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 천안과 아산은 현행보다 2배 이상 높은 1만원으로 인상키로 했고, 강원도 횡성군도 5000원에서 17년 만에 1만원으로 인상하는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처럼 주민세를 인상했거나 인상안을 입법예고 또는 의회에 제출한 지자체는 지난 4일 기준 5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초지자체 총 226곳 중 22%에 해당한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단체장 내부 결재까지 끝난 지역도 많아 실제로는 인상하는 지자체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세를 올려도 세수 증대액이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인상하지 않았을 경우 정부로부터 삭감당하는 교부금이 훨씬 커 어쩔 수 없다"면서 "'서민들 주머니 털어 재정난 돌파구 마련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악화되고 있는 지방재정 형편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