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잡음 끊이지 않는 용산 화상경마장 가보니…

2015-06-07 14:33

용산 화상경마장 1층 로비 입구 모습[사진= 박성준 기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3개월만 지켜봐주세요”,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로 허락할 수 없습니다.”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장외마권을 발매한 지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찬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일 용산 화상경마장 입구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용산 화상경마장을 향하는 길 곳곳에는 입점반대 플래카드가 보였다. 아울러 화상경마장에 가까워질수록 인근 환경을 정비하는 도우미 수가 늘었다. 이들은 마사회 측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한 인력이다.

해당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7층의 총 25층 규모로 지어졌지만 화상 경마장은 13층부터 17층까지 5개 층만 꾸려졌다. 13층부터 15층까지는 로열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입장료는 2만원이다. 나머지 16층부터 17층은 페가수스라 불리며 입장료는 조금 더 비싼 3만원이다.

마사회의 장외마권 발매는 일주일 중 금·토·일 3일만 이뤄진다. 

기자는 이날 페가수스 한곳과 로얄 한곳을 각각 둘러봤다.

경마는 30분 간격으로 진행됐다. 이 층에는 열명 남짓의 고객이 앉아 있었다. 준비기간 동안 고객들은 경기 분석 팸플릿을 본 뒤 마권발매기에 다가가 마권을 뽑았다. 이들 대부분은 남방을 입고 구두를 신고 있었다. 대다수 중년남성이었지만 여성도 종종 눈에 띄었다.

경마가 진행되자 해설이 흘러나왔다. 결승점에 가까워지자 고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저마다 지목한 말의 번호를 부르며 독려했다. 경기가 끝나자 탄식과 안도가 오갔다.

이어 입장료가 2만원으로 1만원이 싼 로얄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위층 페가수스 공간보다 좀 더 많은 고객들이 앉아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쉰 고객의 수는 위층보다 더 많았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돼도 특별한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몇몇은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15층 로얄공간에서 고객들이 좌석에 앉아 분석표를 보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마사회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경까지 용산 화상경마장 5개 층을 이용한 고객은 52명이다. 용산 화상경마장에는 총 574석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 지역주민과 상생이 원활히 진행되고 불법 도박의 영역이 줄어든다면 건물 내 화상경마장 운영규모를 얼마든지 더 줄일 수도 있다는 게 마사회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대 측 입장은 단호하다. 용산 화상경마장의 철수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대책위 관계자 박모(47,여)씨는 “조금 전에도 저희 동네에 형편이 어려운 분이 (화상경마장에)들어가셨다”라며 “이전에도 (경마장 때문에) 이혼, 자살, 객사, 재산파산 등 문제가 많았으며 건물 인근에 사채업자들 까지 진을 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씨는 “마사회에서 고용한 인근 도우미들의 신분도 알 수 없고 우리가 왜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다”라며 “성심여중에 통학하는 딸이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었다.

인근주민 안모(45,여)씨는 “용산역 근처에 있을 때도 한강초등학교가 있어 문제가 많았고 물론 경마장이 좋은 건 아니지만 무조건 반대도 맞진 않는 것 같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은 물론 화상경마장이 용산구에서 떠나면 가장 좋겠지만 어차피 있을 것이라면 대화를 통해서 타협점을 찾아야 된다”고 했다.

마사회는 현재 이러한 반대 측 입장에 3개월 정도만 지켜봐 달라고 호소하는 상태다.
 

5일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인근에서 안전지킴이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