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법규 위반 시 보험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금 지급을 미적거리는 보험사는 과태료 제재를 받게 되면서,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분야 금융규제 개혁방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사와 대주주간 부당거래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보험급 지급 관련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받았는데도 약관에서 정한 기한까지 그 지급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을 미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과태료 1000만원이 부과된다.

보험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상한도 최대 10%포인트 인상됐다. 보험사 과태료는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임직원 등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부당 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제재 강화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권의 특성상 이 같은 규제들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총 70만6759건의 민원 중 56.0%(4만4054건)이 보험 관련 민원이다.

특히 보험 부문은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민원이 전년보다 13.2% 늘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보험사기를 일삼는 블랙컨슈머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보험사에 대한 제재만 강화하고 이를 위한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업계의 손해율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법규 위반에 대한 중징계 외에 주의, 경고 등의 경징계 부과가 가능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판매채널 확대로 설계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차원에서 설계사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되겠지만 영업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의 겸영·부수업무 신고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신수익원 창출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부수업무 사전 신고의무를 폐지해, 한 보험사에서 부수업무를 인가 받게 되면 나머지 보험사에서도 별다른 인가 없이 그 사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