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째 '불황형 흑자'...원화가치만 높인다
2015-06-02 11:07
가뜩이나 엔저 속에서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같은 불황형 흑자 논란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3월(104억3000만달러)보다는 22억9000만달러(22%) 감소했다.
이로써 올들어 4개월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15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이같은 경상수지가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수출은 503억8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378억2000만 달러로 17.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가 125억6000만 달러로 확대돼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를 보였지만, 수입감소폭이 더 커서 흑자를 낸 것이다.
박승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수출보다 수입이 많이 줄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어났지만, 불황형 흑자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금액은 감소했지만 전년대비 4월 수출물량은 1.1%, 수입물량은 1.9% 각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최근 수출감소는 중국이 가공무역을 확대하고 있고, 한국과 경쟁국의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등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한국경제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5월에도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9%나 줄어 올 들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액뿐만 아니라 물량도 줄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대부분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원화는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이 타격받게 된다. 오히려 흑자행진이 원화가치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력 뿐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 절상 압력으로 한국 수출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금 지급이 급격히 늘면서 전달 5억3000만 달러 흑자에서 28억4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이런 적자규모도 사상 최대다.
이전소득수지는 4억6000만 달러 적자로, 전달 적자폭(3억8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전달 110억2000만 달러에서 100억6000만 달러로 다소 줄었다.
부문별로는 직접투자의 유출초 규모가 전월 23억9000만 달러에서 19억7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증권투자는 외국인의 주식투자 확대로 유출초 규모가 전월 12억1000만 달러에서 1억4000만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
기타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전달과 비슷한 48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