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행령수정권, 권력분립 위배…행정부 권한 마비 우려"(종합)

2015-05-29 11:00
청와대, 거부권 가능성 질문에 "여러 가능성 다각·종합 검토"

[사진=인터넷]



아주경제 주진 기자 = 청와대는 29일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등과 관련,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법률 집행을 위한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는 듯한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 시행령 권한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 권한이 사실상 마비될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수석은 "이것이 공무원연금개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국회가 개정안을) 면밀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 수석은 우선 "그동안 오랜 진통과 논의 끝에 미흡하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정부에서 과거 오랫동안 해오지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해내고자했던 것은 국가재정과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악순환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법안들을 통과시키주지 않은 것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협상과정에서 본질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 나중에는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한 것은 국민 부담을 줄이자는 본래의 취지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수석은 "이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며, 현재 국민과 국가 재정이 어려운 이 시점에 정파적 이익을 논의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민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다각적·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해당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해야 하는 등 '시행령 수정·변경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정입법은 현 정부 들어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한 국회선진화법 탓에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각종 입법이 지연되자 그나마 정책효과를 거두는 수단의 하나로 활용돼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규제개혁 관련 법안 등이 국회에 묶인 상황이 계속되자 각종 회의석상에서 행정입법 활용을 강하게 주문해왔다. 국회의 법률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 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이러한 정부의 행정입법권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게 청와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법률의 위임을 받아서 법률의 취지나 내용을 구체화하는 행정입법은 지금까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국회가 이를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국회법에 명시됐기 때문에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법률로 확정될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한 만큼 이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얘기가 돌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을 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이미 재적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은 211명의 의원이 찬성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청구권자의 적격성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정부가 청구한다면 법무부나 법제처가 논의해서 진행될 것이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청구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