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수출 빨간불"… 원화 실질실효환율 7년2개월만에 최고

2015-05-21 07:36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 둔화와 중국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환율 여건도 점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5.34포인트로 2008년 2월(118.79) 이후 7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1개 국가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산출하는 지표다. 100보다 높은면 그 국가의 화폐 가치가 기준연도(2010년)보다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초 많은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통한 '환율 전쟁'에 나서자 지난 1월 114.6포인트로 한 달 새 3.7% 치솟았던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이후 2∼3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리며 원화 강세가 다소 누그러졌고,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들어 엔화와 위안화로 인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달러화 대비 엔화의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9.5엔으로 지난 3월 대비 가치가 0.7%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12.57원에서 1088.66원으로 2.2% 올랐다.

원화의 가치 상승 속도가 엔화의 가치 상승 속도보다 3배 정도 빨랐던 셈이다. 이에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졌고,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4월 한 달간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1.5% 절상된 점도 실질실효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4%로, 실질실효환율을 산출할 때 위안화 비중이 28%로 가장 크다.

문제는 이같이 불리한 환율 상황이 기업 실적에 계속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제조업체 501곳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32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제조업체 매출은 앞서 작년에도 연간 기준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대다수 주요국의 상장사 실적이 올 1분기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만 소외됐다"며 "유가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원화의 상대적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5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엔화·유로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로 올해 수출이 1.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