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비상품 감귤 "발 못 붙인다"…가공용 수매 폐지

2015-05-14 14:14
'고품질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 5개년 과제 발표

▲원희룡 지사가 14일 감귤 산업의 혁신으로 '고품질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 5개년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 감귤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과실의 등장과 FTA에 따른 외국산 과일이 홍수출하되면서 가격폭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감귤은 제주에서 생산되나 가격은 육지부 도매 시장에서 결정됨으로써 시장별 출하 충돌로 인해 가격하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도매시장 상·하차비, 물류비, 도매시장 수수료 등을 떼고나면 농가에 돌아오는 몫은 심지어 ‘0원’ 등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제주감귤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감귤의 고품질화’를 위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가 발표한 방침에는 ‘1kg·50원’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 보전마저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농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 시스템상 비상품 감귤의 유통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공용 감귤 수매까지 끊긴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귤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고품질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 5개년 과제를 발표했다.

원 지사는 “선 자구노력, 후 지원의 원칙에 입각, 감귤농가의 의식전환을 이끌어내고 양 위주의 생산출하체계를 과감히 탈피해 고품질로 승부하는 감귤생산·유통구조 대혁신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고품질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1월부터 농업인, 농업인단체장 등 감귤전문가 의견을 수렴, 토론회를 거쳐 마련된 ‘고품질 안정생산’ 등 3개 분야·8개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원 지사는 “우선 감귤의 당도를 높이는 고품질 생산기반을 구축,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생산비를 줄이고 고품질로 제값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표준과원 조성 의무화, 불량감귤원 정비명령제 도입, 성목이식사업 확대, 품종갱신, 수령 50년 이상 감귤원 재입식, 부적지 감귤원 폐원, 작목‧작형 전환 등 고품질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상품 감귤 수매가 폐지된다.
원 지사는 “그동안 비상품 감귤처리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 이라며 “올해부터는 가공용 감귤 수매시 1kg당 50원 보전하던 제도를 없애고 그 재원을 고품질 감귤 생산에 투자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상품 감귤이 전부 없어지는 것은 아니” 라며 “비상품 감귤을 전량 수매하던 관행을 바꿔 상품규격에서 발생하는 중‧결점과만 가공용으로 수매하도록 가공용 감귤규격을 재설정 하겠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 농가들의 반발을 인식한 듯 “농가의 불만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상품 감귤을 퇴출시키지 않고서는 제주감귤을 지켜내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초분광 영상(H.S.I) 활용한 ‘과학적 감귤통계시스템’을 구축, 생산량 조절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원 지사는 “생산량 관측조사 등 종전 부정확한 통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적 관리 근거 및 행정신뢰도 향상을 위해 ‘초분광 영상활용 감귤관측시스템’을 구축해 정확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감귤원 실태조사, 신규과원 통제관리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피력했다.

감귤거래소를 시범 운영하는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원 지사는 “현재 중앙부처와 협력해 타당성 연구용역 중인 감귤거래소 시범사업을 만감류 중심으로 적극 검토해 산지주도 수급 조정 및 가격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감귤거래소 연구용역은 지난달부터 시작, 오는 9월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하반기에 만감류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뒤 내년 상반기에는 감귤거래소가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감귤원 폐원지 활용방안도 모색된다.
원 지사는 “과거 감귤원 폐원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나면서 감귤나무 재식재, 월동채소 재배면적 증가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며 “작부체계 개선은 물론 농지기능관리강화 원칙의 범위 내에서 폐원지에 태양광 발전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대체작물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꾸준히 연구해 나가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원 지사는 10년간 감귤산업 선도 전업농가 3000명 이상 육성, 비상품감귤 유통 근절을 위한 감귤생산 실명제, 감귤상품규격 5단계 제도 정착 등의 정책대안 등이 제시됐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불량감귤원 정비명령제 도입이나 가공용 감귤 수매 예산을 축소시키는 등의 정책은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원 지사는 “기본적인 구상을 발표한 것이다. 앞으로 생산농가들과 유통 관계자들과 설명도 하고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밟으며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원 지사는 이어 “이번에 발표된 핵심과제는 우선 농가의 의식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며 “몇년째 반복되고 있는 과잉생산, 저품질 비상품 감귤의 시장 방출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상품과 비상품과에 대해서는 “규격을 갖고 상품과 비상품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피해서 그런 것이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며 “당도만 보장이 되면 크기에 대해서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도로 상품 여부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 시스템상 비상품 감귤의 유통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공용 감귤 수매 물량을 줄이게 된다면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

원 지사는 “농민들의 관성을 바꾸려면 고통이 있겠지만, 모두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며 “이렇게 가서는 감귤산업이 다 같이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가르도록 많은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할 수 밖에 없음을 역설했다.

한편 도는 이날 발표한 세부 실천계획을 이달 안으로 수립하고, 다음달부터 감귤주산지 마을 196곳을 대상으로 농가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