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재선충병 '돈 먹는 하마'…900억 투입했지만 '실패'

2015-05-07 18:38
3차 방제 준비…‘솔수염하늘소’ 활동 본격화 시기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산방산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지역에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무려 900억 이상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여전히 제주산림은 붉게 타오르고 있다. 이미 도내 소나무가 105만본 이상이 소나무재선충병은 인해 베어져 나갔다.

제주도(지사 원희룡)는 2차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을 마무리하고 3차 방제 준비에 들어간다고 7일 밝혔다. 앞으로 이달 중순부터 8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활동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앞서 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2차 방제기간 동안 481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 총 51만4000여 본의 고사목을 제거했다. 이는 2013년 첫 1차 방제때 447억원·54만5000여본과 비교해 비슷한 수치였다.

산림업계 한 관계자는 “1차 방제가 실패라면 2차 방제때도 실패라는게  이처럼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며 “만약 3차 방제마저 실패로 돌아간다면 혈세 400억 이상이 또 들어가는 만큼 철저한 방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과거 1차 2013년 방제시는 사실상 치료해 본 적도 없는 질병이라 우왕좌왕했다” 며 “44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단순히 고사된 소나무를 제거에만 열중한 나머지 이를 관리하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방제작업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3만여본의 고사목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3만본 가운데 2만9000본은 올 1월 이후에 고사된 소나무로 대부분 매개충이 없는 나무들이다. 이중 나머지 1000본에서 800본은 과수원에, 200본은 지상방제에 나서기 힘든 절벽이나 하천 골짜기 같은 곳에 위치해 있어 충분히 항공방제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도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 선단지 등 2000여ha에 6차례의 항공방제와 수시 지상방제를 실시한다.

또 항공노선, 친환경농가 등 항공방제가 불가한 지역 1000ha에 집합페로몬 트랩을 설치, 매개충을 유인 살충해 발생밀도를 억제함으로써, 재선충병의 발생빈도를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곶자왈 지역과 문화재 보호구역, 해안방재림, 우량림에 있는 소나무는 예방나무주사를 전면 시행해 방제에 나서며 특히 재선충 50% 이상 피해 극심지에 대해선 수종 갱신도 이뤄진다. 천연갱신과 인공 조림을 병행해 황칠나무, 편백, 종가시, 왕벚나무, 산딸, 상수리나무 등 향토·경제수 위주로 수종을 갱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국가 방제실무 매뉴얼에 따른 예찰과 방제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제주 지역 생활사와 고사목 비율산정에 있어 육지부와의 편차가 심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을 비롯해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제주대학교, 환경단체 등과 공동으로 제주지역에 맞는 맞춤형 방제전략 수립 및 방제매뉴얼 연구 작업이 지난 1일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