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를 언급하며 “후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은 도적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두고 사회적 공방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적립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정해 놓고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힘줘 말한 것이다.

연금 전문가이기도 한 문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금학자 중에서는 (국민연금을) ‘부과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세대간 도적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후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운영 방식은 기금을 적립해놓고 이를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 방식’과 매년 근로자가 연금급여 비용을 부담하는 ’부과 방식’으로 나뉜다.

국내의 경우 현재 부분 적립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적립금이 고갈되거나 고갈이 임박하면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 장관은 “기금(적립금) 고갈 없이 (국민연금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12~13%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다.

기금 고갈을 전제로 할 때는 두배가 넘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공무원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한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는 보험료율을 10.01%로 1%포인트 정도만 올려도 기금소진 시점(2060년)을 앞당기지 않고 극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이런 전제라면 2060년이 되자마자 보험료율을 25.3%로 올려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시뮬레이션으로 나온 것”이라며 “과장되게 표현할 이유도 없고 불안을 조장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급여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미리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고) 정해놓고 논의를 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장관은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국회 논의 중에 ‘경고그림이 지나치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부가조항이 추가된 것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경고그림을 사용하고 혐오감의 정도에 대해서는 기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제주에 설립이 추진 중인 투자개방형 외국인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국내 병원이 우회적으로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보고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