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국작가 작품?..공근혜갤러리 '빛을 그리는 작가' 첸 루오빙展

2015-05-05 14:29

[1255, 2012, Acrylic on canvas, 200x200 cm 0940, 2009-2014, Acrylic on canvas, 200x240 cm 1254, 2012,Acrylic on canvas, 200x200 cm]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정말?. 중국작가라고?."

 붉은색도, 사람얼굴도 없는, 빛이 새어나오는 듯한 추상화. 작품만 봐서는 전혀 중국스럽지 않은 중국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시장에서 '빛을 그리는 작가'로 통하는 첸 루오 빙(45)이다. 그에겐 '중국현대추상미술을 선도'하는 이라는 타이틀이 달려있다. 

 국내미술시장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쟝샤오강, 유에민준, 젱판즈 등, 50-60년생의 1세대 현대미술 작가들을 '구식'으로 만들고 있는 '70년대생 해외 유학파'중 한명.

 중국은 90년대 자본주의 개방 이후, 사회주의 체제의 지난 과거를 반영하는 사실주의 화풍의 회화로 득세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다음세대 작가군에 집중하며 추상미술을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근혜갤러리 공근혜대표는 "현재 중국은 정통 국내파였던 1세대와는 달리 유럽,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장시간 유학하며 서양미술의 세련된 색채와 동양의 절제된 여백의 미를 융합시키는 작품들을 중국 본토에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30대 후반의 중국 단색 추상화 작가의 작품이 5억이 넘게 거래되는 등, 중국은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추상화 물결의 붐을 타고 상하이, 베이징의 미술관과 화랑들이 현대추상화를 메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선두에 첸 루오 빙이 있다. 중국에서 전통 수묵화를 전공한 후 20대 초반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고타르트 그라우브너밑에서 수학했다.

 첸 루오빙의 작품은 엄숙하면서도 감각적이며, 간결하면서도 화려하다. 도교적 중국 철학의 깊이가 배어 있으면서 독일 현대 미술의 창조적 개념과 동화되는 미니멀한 회화작품으로 동서양을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시각적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는 평이다.
 

[첸 루오 빙 미술관 (항저우) 전시 장면]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두 가지 색만 사용하여 사각캔버스 안에서 공간의 여백과 극도로 절제된 색의 조화를 찾아낸다. 서양 아크릴과 캔버스를 사용하지만 동양화의 전통적 채색 기법으로 잉크를 얇게 겹겹이 쌓아 절제된 화면 속에서 다채롭고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형태와 색채에 정신을 부여하여 빛을 만들어 내며 주목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상하이 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관 등에 소장 되며일본, 중국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의 컬렉터들이 유혹당하고 있다.

 이번 한국전시에는 2009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총 24점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전시장 정면에 걸린 0940, 1254 그리고 1255 이 세 작품은 2m가 넘는 대작들이다.

 1255와 1254 작품은 기하학적인 선을 따라 새어 나오는 듯한 빛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들이며 이와 나란히 걸린 0940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커다란 회색 바탕의 평면 캔버스에서 전시장 공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태양빛과 같은 오렌지 색의 강렬한 색채는 전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면서도 다른 작품들과 하모니를 이루어 낸다. 작품 가격은 500만원~5000만원까지. 전시는 24일까지. 02-738-7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