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김무성-문재인 주말유세 총력전…정치적 명운 걸었다
2015-04-26 20:2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김무성·문재인 여야 당 대표는 마치 대선을 연상케 할 정도로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여 앞둔 주말 내내 총력 유세전을 펼쳤다.
이번 주말은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결집할 마지막 기회란 판단 하에 김·문 대표 등 여야 지도부 모두가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서울 관악구을·경기 성남 중원구 등 수도권에 총력전을 펼쳤고, 문재인 대표는 박빙 지역인 인천과 광주에서 막판 쐐기 박기에 힘을 실었다.
김·문 대표가 이처럼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이번 재보선 성패로 정치적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선거 중반 예상치 못했던 복병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리더십과 위기 돌파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선거초반 ‘야권 분열’ 양상으로 4곳의 지역구 중 적어도 2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여유로웠던 새누리당은 성완종 파문에 정국이 흔들리면서 선거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일단은 현재까지 김 대표의 위기 돌파 해결사 면모는 합격점을 얻고 있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여당 중진들의 이름이 오른 ‘성완종 리스트’ 발견 직후 이틀 만인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어 야당도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선제적 특검 카드와 이 총리 조기사퇴 불가피론 등을 피력하며 야권을 향해 되레 공세를 펼쳤다. 여기다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성완종 특사 의혹 제기 등을 주도하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성완종 파문’에 따른 금품수수 의혹으로 낭떠러지에 몰린 여권의 수세 국면을 오히려 공세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당 안팎의 평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남미 순방 출국 시간을 연기하면서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긴급 회동을 가진 것도 그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줬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여러 의혹에 휘말려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내 부재중 김 대표에게 국내 상황 관리를 맡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첫 독대를 통해 외부에 껄끄러운 사이로 비쳐졌던 둘 사이가 돈독한 사이로 바뀌고 ‘믿을 건 역시 당뿐’이라는 믿음을 회복한 중대 전환점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또 박 대통령이 최대 국정과제로 꼽는 공무원연금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23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당 소속 의원 결의대회를 이끌며 확실히 ‘총대’ 메고 청와대를 지원해오고 있다.
문제는 김 대표 역시 이번에 쉽사리 승리를 예측할 수 없는 4·29 재보선 결과로 인해 상승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4곳 가운데 1곳이라도 건진다면 ‘성완종 파문’ 속에서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얻겠지만, ‘여당 텃밭’인 인천 서·강화을마저 야당에 내주고 전패할 경우 김 대표의 리더십은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된다.
4·29 재보선 전패 시나리오는 내년 총선을 앞둔 당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게 되고 김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당내 구심력보다는 자구책을 찾으려는 의원들의 원심력이 더 커져 당 결속력이 와해될 수도 있다.
설사 재보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그 원인이 예상치 못했던 성완종 파문 탓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 체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그렇더라도 이번 재보선의 결과가 김 대표의 여권 장악력에 변수가 될 것임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번 4·29 재보선 결과로 인해 김 대표보다 훨씬 더 큰 정치생명의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 2월 대표 취임 후 리더십을 가늠하는 첫 바로미터격인 이번 선거의 성패에 따라 자신의 위상은 물론 '문재인호'의 순항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선거 초반 ‘야권 분열’에 따른 새정치연합의 전패 위기감은 선거 중반 ‘성완종 리스트’ 파문 여파로 ‘해 볼만 한 승부’로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선거를 사흘 앞둔 지금까지도 4곳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를 예단키 어려운 실정이다. 문 대표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쥔 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성완종 파문’으로 인해 여당과의 경쟁자로서 제1야당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문 대표가 이번 파문을 기점으로 ‘부정부패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면서, 이번 재보선 선거구도가 ‘박근혜 대 문재인’ 간 리턴 매치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세에 몰린 여당이 ‘특별사면 특혜 의혹’ 카드로 반격에 나서면서, 특사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대표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새정치연합이 전통적 야권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이나 서울 관악구을 등을 포함, 2곳 이상에서 이기는 성과를 거둔다면 문 대표 체제는 당분간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당내는 한층 안정화되고 밖으로는 ‘성완종 파문’ 이슈를 계속 끌고 가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내건 ‘유능한 경제정당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표 개인으로서도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 당분간 야권 대권주자 경쟁에서 독주체제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문제는 전패에 가까운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경우, 전당대회 기간 그가 내걸었던 ‘이기는 정당론’이 힘을 잃고 비노(비노무현)계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잃고 성완종 파문 정국을 계속 끌고 갈 대여투쟁 동력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야권의 심장부격인 광주가 ‘야권 심판’을 내세운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내줄 경우, 문 대표의 상처는 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호남신당론’이 가시화하면서 원심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성완종 정국으로 여야 간 대립전선이 확실한 와중에 자중지란은 피해야 한다는 야당내 목소리도 커,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문 대표 체제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내달 7일 열리는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문 대표 체제 강화냐 아니면 견제론 확산이냐를 가를 직접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