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까지 잇단 지주회사 체제 전환, “투명성 장점, 지배력 강화 조심해야”

2015-04-24 17:21
한라·SK그룹까지 한달새 합병 3건, 지난해 132개로 전환 추세 가속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기업의 지주회사 설립 바람이 거세다. 최근 약 한달 동안 한라그룹과 SK그룹에 이어 한진그룹까지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마무리 지으며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삼성이나 현대차 등 대그룹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드문 편이지만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예상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투명성이 높아지고 내부 거래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어 정부도 권장하고 있다. 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특징도 있어 후계 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인적 분할되는 정석기업 주식회사의 투자사업부문을 흡수분할 합병키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2013년 7월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을 출범하고 대한항공을 인적분할 하면서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준비했다. 이번 한진칼와 정석기업 합병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을 위한 2년의 기한 내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한진칼이 정석기업 합병 후 한진의 대한항공 지분을 사들이면 한진그룹은 한진칼-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22개 물류계열사구조를 갖춰 지주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 대해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합리화를 추진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고자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은 20일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키로 결정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는 그동안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번 합병을 통해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게 됐다.

지난달 31일에는 한라홀딩스가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한라그룹이 한라-한라홀딩스-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이달 16일에는 한라가 한라홀딩스의 지분 7.98%를 처분함에 따라 한라-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의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엄수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분율을 정리해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자회사 경영이 가능해 경영권 강화 및 지배구조 투명성을 증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주회사는 1999년 4월 1일 제도 도입 이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지주회사는 132개로 전년 대비 5개 증가했다. 10년전인 2004년(24개)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5.4%로 법상 규제 수준(200% 초과 금지)보다 크게 낮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 비율은 25.4%로 전체 대기업집단 평균 부채 비율(103.7%)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 같읕 지주회사 전환이 도입 취지에 맞게 긍정적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일반 대기업집단보다 출자단계도 짧고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하며 부채 비율이 낮고 지분율은 높아 과도한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단 최근 대기업 집단 지주회사 전환이 정체되고 전환 후에도 체제 밖 계열 회사를 다수 보유한 점은 우려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한화·신세계·금호아시아나·현대·효성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금융사를 보유하거나 순환출자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수진 연구원도 "지주회사 외부 계열사가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는 맹점 등을 활용해 부의 편법 이전이 여전히 가능하다"며 "지주회사나 특정 자회사의 지배주주를 위해 다른 자회사의 소액주주들의 권익에 반하는 경영의사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