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마이너리티 리포트’?…미국 경찰, 범죄 예측 프로그램 도입

2015-04-24 16:37
과거 강·절도 사건 유형과 범행 시간 등 활용…일각서 사생활침해 지적도

[사진=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캡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이 실제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지역 신문인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과거 범죄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등의 정보를 활용, 앞으로 벌어질 범죄를 예측하고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수사에 적극 활용 중이다.

현재 사용되는 범죄 예측 프로그램으로는 우리 말로 ‘예감 실험실’이라는 이름의 헌치랩(Hunchlab), ‘예측 치안유지 활동’이라는 뜻의 프레드폴(PREDictive POLicing) 등이 있다.

이는 과거 발생한 강·절도 사건의 유형과 범행 시간 등을 지도에 표기해 실시간으로 인근 지역을 도는 경찰에게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2054년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예상 범죄자를 예측해 해당 용의자를 미리 단죄하는 시스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가 마치 현실로 옮겨진 느낌이다.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경찰은 연방 지원금 등으로 마련한 60만 달러짜리 헌치랩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12만 달러를 들여 플로리다국제대학 범죄 연구팀에 프로그램 연구와 테스트를 맡기기로 했다. 마이애미 경찰은 헌치랩 도입으로 강·절도 사건 발생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과 대학의 공동 연구로 프레드폴을 이미 도입한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강·절도 사건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이를 현재 강력 사건에도 시험 적용 중이다.

프레드폴이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한 내용을 보면, 로스앤젤레스 풋힐 지역 경찰은 2013∼2014년 프레드폴을 사용한 뒤 범죄율이 20% 경감되는 효과를 봤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경찰도 2013년 석 달간 두 지역에서 시범 운용 결과 범죄율이 8∼9%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주 알램브라 지역에서는 차량 절도, 강도 사건이 각각 20%, 32%나 줄어들었다.

경찰 지도부는 범죄 빈발 지역 지도를 휘하 경관들에게 배포한다. 이를 받은 경관들은 주로 쉬는 시간을 범죄 예상 지역에서 보낸다. 예상 우범지역에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범죄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경찰 지도부는 경관들이 어디에 있는지, 우범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프레드폴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각종 정보를 취합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벌어지지 않은 사건을 대상으로 한 예측 프로그램이기에 사생활 침해와 인권침해 우려도 큰 편이다.

프레드폴의 최고경영자인 리래 새뮤얼스는 “경찰이 이 소프트웨어를 닥치는 대로 사용한다면, 무분별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오로지 범죄 단속을 위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